‘뻔한 조합, 익숙한 포맷’ 혹평 속 공개된 나영석 사단 신작 예능
공개 하루 만에 1위 등극, 가볍게 즐기는 킬링타임 콘텐츠로 OTT 시장 정조준
“또 나영석이야?” 공개 전부터 식상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나영석 PD 사단의 신작 ‘케냐 간 세끼’. 하지만 뚜껑을 열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국내 넷플릭스 순위를 단숨에 점령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도 ‘나영석표 예능’이 통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식상하다는 우려 딛고 넷플릭스 정상에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는 공개 직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5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케냐 간 세끼’는 공개 단 하루 만에 ‘오늘의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에 올랐으며, 이후 나흘 연속 정상을 굳건히 지켰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나영석 사단 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공개 전 쏟아졌던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신서유기’, ‘뿅뿅 지구오락실’ 등 기존 히트작의 포맷을 그대로 계승한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점, 이수근, 은지원, 규현 등 너무나 익숙한 출연진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최근 나 PD의 TV 작품들이 전작 대비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며 ‘나영석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던 터라 OTT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나영석표 예능의 힘 익숙함이 무기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냐 간 세끼’가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배경에는 ‘익숙함’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잡한 서사나 새로운 규칙을 익힐 필요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OTT 이용자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검증된 포맷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출연진들의 편안한 ‘케미’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킬링 타임 콘텐츠’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에서는 시청률 경쟁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제작진이 가장 잘하는 것을 밀어붙일 수 있다”며 “‘케냐 간 세끼’는 나영석 사단이 가장 잘하는 여행과 게임, 그리고 관계성을 집약한 결과물로, 이 편안함이 시청자들에게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제작진의 자신감 새로운 공간 새로운 이야기
제작진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인 연출을 맡은 김예슬 PD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익숙함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면서도 “출연자들의 관계와 공간적 배경이 달라지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케냐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삼시세끼’나 ‘신서유기’가 아닌 ‘케냐 간 세끼’만의 새로운 정서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익숙한 틀 안에서 아프리카 케냐라는 새로운 배경이 주는 변주를 통해 신선함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케냐 간 세끼’의 성공은 나영석 사단이 TV를 넘어 OTT 플랫폼에서도 통하는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지녔음을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이들의 성공 공식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