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가 치료를 가로막지 않도록, 약물의 진짜 역할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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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는 나약한 사람만 먹는 약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 약은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 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약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항우울제를 둘러싼 잘못된 인식과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오해는 치료를 망설이게 만들고,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항우울제는 ‘감정 억제제’가 아니라, 뇌의 회복 환경을 조성하는 치료제”라고 설명합니다. 지금부터 항우울제에 대한 대표적인 다섯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1.오해 ① 항우울제는 단순히 ‘세로토닌을 높이는 약’이다

많은 사람들이 항우울제를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약”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대표적인 SSRI 계열 약물(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은 세로토닌 전달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외에도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신경가소성에도 작용합니다.

즉, 항우울제는 단순히 ‘부족한 화학물질을 채워주는 약’이 아니라 뇌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치료 도구입니다.

2.오해 ② 항우울제를 먹으면 성격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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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약을 먹으면 내가 나답지 않게 변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항우울제의 목적은 성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울로 인해 왜곡된 감정·사고·에너지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오히려 증상이 완화되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온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일부 환자는 ‘감정이 무뎌진다’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약의 종류나 용량 조절로 해결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3.오해 ③ 항우울제는 중독성이 있다

항우울제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의존’과 ‘중독’의 개념을 혼동한 것입니다.

항우울제는 마약류처럼 ‘쾌감’을 유발하거나 ‘복용 욕구’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다만 갑자기 복용을 중단하면 두통·불안·어지럼증 등의 중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약을 끊을 때는 반드시 의료진의 지도 아래 점진적으로 감량해야 합니다.

즉, 항우울제는 ‘중독성 약물’이 아니라, 뇌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료용 약물입니다.

4.오해 ④ 항우울제는 ‘즉각 효과가 나는 기분전환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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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를 복용하면 바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3~6주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항우울제는 ‘즉시 기분을 끌어올리는 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 회로를 안정화시키는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울증 치료는 약물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 등 심리치료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사회적 지지 및 스트레스 관리

5.오해 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항우울제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유전적 요인, 나이, 체질, 복용 중인 다른 약물 등에 따라 어떤 사람은 메스꺼움이나 불면을 겪는 반면, 다른 사람은 아무 증상도 없습니다.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경우, 약을 바꾸는 선택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항우울제(SSRI, SNRI, NaSSA 등)가 존재하므로, 개인 맞춤형 조합이 가능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항우울제에 대한 오해는 두려움과 편견을 낳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나약함’이 아니라, 뇌 기능의 불균형으로 인한 의학적 질환입니다. 약물치료는 그 균형을 되찾는 하나의 방법이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약사, 심리상담사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견이 아닌 정보로, 나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라”

항우울제는 ‘감정 억제제’가 아닌 회복의 도구입니다. 정확한 정보와 의료진의 도움 아래 복용한다면, 당신은 다시 삶의 균형과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우울은 약점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와 회복의 의지입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