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 예기치 못한 ‘탈모 후유증’의 원인
뇌졸중 후 탈모,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다
2023년 배우 샤론 스톤은 뇌졸중 이후 탈모를 겪었다며 고가의 샴푸로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웠던 건 제품이 아니라, ‘뇌졸중과 탈모 사이의 관계’였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약 79만 5천 명이 뇌졸중을 겪습니다. 뇌졸중은 뇌혈류가 차단되어 산소 공급이 끊기는 상태로, 생명에는 치명적이며 이후 언어 장애, 균형감각 저하, 인격 변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뇌졸중 후 증상 목록’에 탈모는 포함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간접적인 요인으로 인해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호르몬 변화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만드는 ‘휴지기 탈모’
2022년 학술지 Strok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생존자의 약 2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충격은 머리카락의 성장 주기를 교란시켜 ‘휴지기 탈모’ 라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낭이 일시적으로 휴면 상태에 들어가 새 머리가 자라지 않고 기존 머리카락만 빠지는 유형의 탈모입니다.
보통 수개월 내에 자연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탈모와 발모가 반복되는 만성 루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은 스트레스성 탈모에 더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국소용 미녹시딜같은 약제를 사용하면 발모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단, 미녹시딜은 심혈관계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뇌졸중은 심혈관 질환의 일종이므로, 사용 전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권장됩니다.
호르몬 불균형도 탈모의 숨은 원인
2023년 Trends in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리뷰 논문에 따르면, 뇌졸중은 뇌의 호르몬 조절 시스템(시상하부–뇌하수체 축)에 변화를 일으켜 갑상선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Thyroid Research(2023) 연구는 뇌졸중이 심할수록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Journal of Neuroimmune Pharmacology는 “뇌졸중 환자의 갑상선 기능저하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의 두 배”라고 보고했습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쉽게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내분비학자 메리 켈리스 박사는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탈모는 대부분 회복되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우 머리 전체보다는 측면이나 앞머리 부위 중심의 부분 탈모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회복을 돕는 현실적인 접근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보다 몸의 회복과 스트레스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단백질·비오틴·비타민 B군 등 모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하며, 필요시 내분비·피부과 전문의와 협진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머리카락은 대부분 다시 자라납니다. 따라서 조급함보다 꾸준한 관리와 회복이 핵심입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