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견처럼 냄새 맡는 AI 등장, ‘굴욕 검사’로 불리던 방식 대체할까
기존 PSA 검사 한계 넘어 암 공격성까지 예측…대규모 임상 연구 예고
현재 널리 쓰이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어 불필요한 조직검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의사가 직접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는 많은 환자가 불편함을 호소하는 검사법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비침습적 진단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탐지견의 후각을 AI 바이오센서로 구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구교철 교수와 이화여대 박태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탐지견이 소변 냄새만으로 암을 구별한다는 기존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개가 가진 뛰어난 후각 능력을 과학 기술로 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팀은 먼저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정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찾아냈다. 이후 사람의 후각 수용체를 모방한 바이오 나노 센서를 개발해 소변 속 냄새 분자와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냄새 분자가 센서에 닿으면 형광 신호가 바뀌고, AI는 이 미세한 변화 패턴을 학습해 암 여부를 판별한다. 인간의 코가 냄새를 맡아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89% 정확도로 암 환자를 구별해낸 배경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방식 때문만이 아니다. 임상 결과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 40명과 정상 대조군 33명의 소변 샘플 290개를 이용해 교차 검증을 진행했다.그 결과, AI 모델은 89%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진단 성능 평가지표인 AUC 값은 1.0에 가까울수록 완벽한데, 이번 모델은 0.964를 달성하며 정상인과 환자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구분해냈다. 중년 남성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전립선암 검사의 불편함을 덜어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