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위장 호르몬까지 달라졌다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었을 때 혈당 상승이 억제된 뜻밖의 식품

사진 : 혈당관리 / 생성형 이미지
식후 혈당이 걱정돼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 섭취량부터 줄이는 이들이 많다. 혈당 관리는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무엇을 먼저 먹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정 식품을 탄수화물보다 15분 먼저 섭취했을 때 혈당 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완만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호르몬과 신경의 작용까지 확인됐다.

밥 먹는 순서 바꿨더니 호르몬까지 움직였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음식 섭취 순서가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특정 식품을 먹인 뒤 15분 후 포도당을, 다른 그룹에는 포도당을 먼저 먹이고 15분 뒤 같은 식품을 투여했다. 나머지 그룹은 물만 섭취했다.

결과는 섭취 순서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특정 식품을 포도당보다 먼저 섭취한 생쥐는 초기 혈당 상승 폭이 작았을 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속도 역시 느려졌다. 탄수화물이 소화, 흡수되는 과정 자체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특히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GLP-1, GIP, 글루카곤 등 위장관 호르몬 분비가 달라진 점이 주목받았다. 연구진이 GLP-1과 글루카곤의 작용을 차단하자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약해졌고, 위장과 뇌를 잇는 미주신경 또한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상승 늦춘 15분의 정체는 올리브유

사진 : 올리브유 / 생성형 이미지
연구진이 포도당보다 15분 먼저 투여해 극적인 변화를 끌어낸 식품의 정체는 바로 올리브유였다. 올리브유를 먼저 섭취한 생쥐에게서 위 배출 속도 지연과 초기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방이 단순히 열량을 내는 영양소를 넘어, 섭취 순서에 따라 위장관 호르몬과 신경 경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2형 당뇨병 모델 생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럼 식전에 무조건 올리브유 먹으면 될까

사진 : 올리브유 / 생성형 이미지
다만 이번 결과가 식전에 올리브유를 무조건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사람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지방은 열량이 높아 무분별하게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 : 혈당관리 / 생성형 이미지
그동안 혈당 관리를 위해 밥의 양만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식사 순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번 연구는 익숙한 식재료 하나가 우리 몸의 혈당 반응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