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먹고 저녁에 약 먹어도 소용없어… 혈중 약물 농도 비정상적으로 높여

특정 칼슘길항제 복용자는 저혈압 쇼크까지 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 필요

평소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과일이 특정 약과 만났을 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일부 과일이 심각한 약물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단순히 약과 함께 먹는 것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섭취 후 24시간이 지나도 약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약효 4배 높여 저혈압 위험 키운다

사진 : 자몽 / unsplash.com
고혈압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과일은 자몽이다. 자몽 주스를 특정 고혈압약과 함께 섭취할 경우,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가 정상치보다 200~400%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정해진 용량의 2~4배에 달하는 약을 한 번에 먹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초래한다. 약의 혈압 강하 작용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지면서 혈압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 자몽 / unsplash.com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자몽에 함유된 ‘푸라노쿠마린’ 성분에 있다. 이 성분은 우리 몸에서 특정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CYP3A4)의 작용을 억제한다. 결국 약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여 혈중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아침에 먹고 저녁에 약 먹어도 소용없다

더 큰 문제는 자몽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약과 자몽을 동시에 먹지 않고 시간 간격을 두는 것만으로는 위험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자몽 주스를 마시고 24시간이 지난 뒤에 약을 복용해도 혈중 약물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푸라노쿠마린 성분이 약물 대사 효소에 미치는 영향이 하루 이상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에 자몽을 먹고 저녁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습관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면 자몽 섭취 자체를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니페디핀·펠로디핀 계열 복용자 특히 주의

사진 : 고혈압 약 / unsplash.com
모든 고혈압약이 자몽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칼슘길항제 계열 약물 중 일부는 특히 위험하다.

대표적으로 니페디핀, 펠로디핀, 니솔디핀 성분의 약물이 자몽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본인이 복용하는 고혈압약이 이 계열에 속한다면, 자몽 과육은 물론 주스 형태의 섭취도 피해야 한다.
사진 : 자몽 주스 / unsplash.com
자몽은 고혈압약 외에도 약 60여 종의 다른 의약품 흡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자몽과 상호작용하는지 불확실하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