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g, 껍질째 먹었을 뿐인데… 기억력 검사에서 나타난 뜻밖의 변화

‘뇌 수명 10년’은 과장, 네덜란드 연구팀이 밝혀낸 진짜 효과는 따로 있었다

사진 : 땅콩 / unsplash.com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단어가 입안에서 맴돌거나 방금 나눈 대화가 가물가물해지는 순간이 잦아진다. 60대 이후 뇌 기능 저하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땅콩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네덜란드 한 연구팀이 땅콩 섭취가 노년층의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흔히 벗겨내고 버리던 붉은 속껍질이었다. 연구 결과, 특정 뇌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관측됐다.

핵심은 버려지던 붉은 속껍질에 있었다

사진 : 땅콩 곁껍질 / unsplash.com
땅콩의 영양 성분은 잘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 식물성 단백질, 비타민 E 등이 풍부하다. 하지만 진짜 비밀은 알맹이를 감싸는 얇은 속껍질에 숨어있다.
이 속껍질에는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물론 단단한 겉껍데기를 먹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얇은 속껍질을 알맹이와 함께 섭취했을 때의 효과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팀은 평균 연령 67세 성인 31명을 대상으로 16주간 매일 속껍질째 볶은 무염 땅콩 60g을 섭취하게 했다. 이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혈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뇌 반응을 살폈다.

뇌 혈류량 3.6% 늘고 기억력 점수도 올랐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16주간 땅콩을 섭취한 그룹은 뇌 전체 혈류량이 약 3.6% 증가했다. 일정 시간 뒤 단어를 기억해 내는 언어 기억력 검사에서도 성적이 약 5.8%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땅콩 섭취 기간 동안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주변 영역의 인슐린 반응도 달라졌다. 연구팀은 이를 땅콩이 노년층의 뇌 인슐린 반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를 ‘뇌 나이가 젊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연구 참가자가 31명으로 적고 관찰 기간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땅콩 섭취가 치매를 직접 예방하거나 뇌 수명을 10년 늘린다는 주장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하루 60g,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되는 이유

연구에서 제시된 양은 하루 60g이다. 이는 약 340~360kcal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열량이다. 평소 식사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땅콩을 추가로 많이 먹으면 전체 열량 섭취가 늘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 소금,설탕 첨가되지 않은 땅콩 / unsplash.com
소금이나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고, 간식으로 적당량 먹거나 식사에 곁들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잠들기 직전 섭취는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사진 : 식사에 곁들인 땅콩 / unsplash.com
땅콩 알레르기가 있거나 삼킴 기능이 약한 고령자는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땅콩은 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식품 중 하나이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