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명 10년 추적 연구 결과… 특히 비만인 사람에게 더 효과적

남녀 효과 보는 섭취 횟수도 달라… 핵심은 ‘캡사이신’ 성분

자극적인 맛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받던 매운 음식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뇌졸중과 심장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광시의과대 연구팀은 성인 5만174명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약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혈관 막힘이나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체중 상태나 성별 등 특정 조건에 따라 효과의 정도에 차이를 보였다.

비만인 사람에게서 효과가 더 뚜렷했던 이유

사진 : 고추 / unsplash.com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체중과의 연관성이다. 매운 음식 섭취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는 비만인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핵심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에 있다.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에너지 소비 속도를 약 8%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내장 지방에서 생성되는 염증 유발 물질 ‘아디포카인’의 생성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 과정이 심혈관 건강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남성과 여성이 효과 보는 섭취 횟수가 달랐다

성별에 따라서도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됐다. 뇌졸중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매운 음식 섭취 빈도가 남성과 여성이 달랐던 것이다.

여성의 경우 주 1~2회 이상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관련성이 나타났지만, 남성은 주 3~5회 이상 먹는 집단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고 염증 수치를 낮추는데, 캡사이신의 작용과 더해져 시너지를 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 성분 캡사이신, 혈관에 직접 작용한다

사진 : 캡사이신 / unsplash.com
캡사이신은 체내 수용체인 ‘TRPV1’을 활성화시켜 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수용체는 심혈관계와 뇌를 포함한 여러 조직에 분포한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면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 반응이 줄어든다. 동시에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사진 : 고추 / unsplash.com
이러한 복합적인 작용이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핵심 기전으로 분석된다. 이전 연구에서도 고추를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의 심장병 사망 확률이 26% 낮다는 결과가 있었다.
사진 : 고추 들어간 요리 / unsplash.com
다만 전문가들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찌개나 볶음보다 신선한 고추를 직접 섭취하는 방식을 권장했다. 평소 요리에 고추를 한두 개 더하는 것만으로도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