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에 좋다는 붉은 채소 ‘비트’, 질산염 성분 효과와 오해

신장결석·저혈압 있다면 약처럼 먹다간 오히려 탈 날 수도

사진 : 비트 / unsplash.com
나이가 들수록 혈압과 혈관 건강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어난다. 특히 60대 이후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식습관부터 바꾸려는 시도가 많다. 혈관에 좋다는 양파나 마늘을 꾸준히 챙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붉은 뿌리채소인 ‘비트’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파보다 특정 성분이 49배나 많다며 혈관 청소 효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숫자만 믿고 비트를 섭취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혈관 건강 돕는다는 핵심 성분의 역할

비트가 혈관 건강과 관련해 언급되는 이유는 ‘식물성 질산염’ 때문이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전환될 수 있는데,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키는 데 관여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사진 : 비트 주스 / unsplash.com
실제로 비트 주스가 단기간 수축기 혈압을 소폭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섭취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비트를 먹는다고 해서 고혈압이 치료되거나, 이미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로 막힌 혈관이 뚫리는 것은 아니다.

양파의 49배라는 비교가 가진 함정

‘양파의 49배’라는 표현은 비교 기준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채소의 영양 성분은 품종, 재배 환경, 수확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정 연구의 수치를 모든 비트와 양파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사진 : 비트, 양파 / unsplash.com
무엇보다 비트와 양파는 핵심 성분이 다르다. 비트는 질산염과 붉은색을 내는 베탈레인 색소가 풍부하고, 양파는 케르세틴 같은 플라보노이드가 주요 성분이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두 채소를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영양적 특성을 왜곡할 수 있다.

주스 한 잔보다 중요한 올바른 섭취법

사진 : 찐 비트 / 생성형 이미지
비트는 생으로 먹거나 익혀 먹을 수 있다. 특유의 흙내가 부담스럽다면 익히는 편이 낫다. 깨끗이 씻은 비트를 찜기에 넣고 15분 이상, 젓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갈 때까지 찌면 단맛이 올라와 먹기 편하다.

주스로 마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과나 당근을 함께 갈면 맛은 좋아지지만, 당류 섭취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즙만 짜서 마시면 식이섬유가 파괴되므로 과육까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 있다면 주스 형태의 섭취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6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사항

비트에는 옥살산염이 들어 있어 과거 옥살산칼슘 신장결석을 앓았던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신장 기능 저하로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매일 다량 섭취하기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진 : 비트 주스 / 생성형 이미지
혈압약을 복용 중인 사람도 비트 주스를 과하게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트의 질산염이 혈압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 효과와 의약품의 치료 효과는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비트를 먹은 뒤 소변이나 대변이 붉게 변하는 것은 색소 성분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동반된다면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니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혈관 건강은 비트 하나가 아닌,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 정기적인 검진으로 지켜야 한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