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배달은 기본, 이제는 보안 순찰까지 담당한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미래형 오피스,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시작된 변화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익숙한 안내와 함께 복도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건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애물을 피하며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서 펼쳐지는 2026년 5월의 평범한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음료를 배송하고 화단에 물을 주며, 심지어 심야에는 보안 순찰까지 도는 모습이 현실이 됐다. 사람을 위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로봇, 과연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음료 배송부터 화단 관리까지, 로봇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다양한 로봇들의 활약이다. 임직원이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가 1층 카페에서 각 층 픽업존까지 배달을 책임진다. 최대 16잔의 음료를 한 번에 실을 수 있으며,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주문자를 정확히 확인한 뒤 음료를 건넨다.

단순 편의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조경 관리 로봇 ‘달이 가드너’는 사옥 내부의 넓은 화단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식물 상태를 파악한다. 이후 필요한 위치에 정확한 양의 물을 공급하며, 물이 부족해지면 급수 시설로 이동해 스스로 보충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단순 업무를 넘어 보안 순찰까지 책임지는 로봇



로봇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업무 시간이 끝난 뒤 조용한 사옥을 지키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몫이다. 스팟은 자율주행 모듈을 장착하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건물 곳곳의 보안 상태를 점검한다.

어두운 복도를 능숙하게 오가는 로봇의 모습.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서울 한복판 사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로봇 기술이 더 이상 전시나 시험 단계를 넘어, 우리 일상과 업무 환경 깊숙이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위한 완벽한 인프라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로봇 친화 빌딩’이라는 개념이 있다. 현대차·기아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대기 공간, 자동 충전 스테이션 등 로봇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여러 로봇들은 통합 관제 시스템 ‘나콘(NARCHON)’을 통해 유기적으로 관리된다. 관리자는 웹앱으로 모든 로봇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원격 제어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재사옥은 글로벌 안전 인증기관으로부터 로봇 친화 빌딩 적합성 검증까지 완료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서로의 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양재사옥을 시작으로 로봇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다양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실제 업무 효율과 임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로봇 기술의 현재를 양재사옥이 보여주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