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너무 적어도 많아도 위험
노화 빠르게 만드는 수면 패턴 있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잠은 부족하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 경우도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8시간 이상 오래 자는 사람 역시 뇌와 심장, 폐, 면역계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많이 자면 좋은 것 아니냐’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5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시간과 장기 노화의 관계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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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이 정도가 가장 좋았다”…최적 수면 시간 공개

연구팀은 혈액 검사, 단백질체, 대사체, 의료 영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노화 시계’를 구축했다.

기존 노화 연구가 신체 전체를 하나로 묶어 노화를 측정했다면, 이번 연구는 뇌·심장·폐·간·면역계·지방조직 등 17개 장기 시스템에 걸쳐 총 23개의 장기별 노화 시계를 따로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거나 8시간을 초과할 경우 장기 노화 속도가 빨라지는 ‘U자형 패턴’이 확인됐다.

반대로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린 구간은 하루 6시간 24분~7시간 48분 사이였다. 연구진은 이 시간대를 가장 이상적인 수면 구간으로 분석했다.

특히 뇌와 심장, 폐, 면역계뿐 아니라 대사 기능과 관련된 장기들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단순히 피곤함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 시스템이 수면 시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와 신체를 연결하는 대사·면역 네트워크의 핵심 축”이라며 “수면 부족과 과수면 모두 장기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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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적게 자면 당뇨·심장병 위험…많이 자도 우울증 증가

수면 시간은 각종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연구 결과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위험이 높았고, 비만·제2형 당뇨병·고혈압·허혈성 심장질환·부정맥과도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하루 8시간 이상 오래 자는 사람들은 주요 우울장애와 조현병, 양극성장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긴 수면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신경퇴행이나 에너지 대사 이상, 면역 피로 등을 반영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짧은 수면과 긴 수면 모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위염, 위식도역류질환 등 호흡기·소화기 질환과 관련성이 확인됐다.

사망 위험도 차이를 보였다. 하루 6~8시간 자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시간 미만 수면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50% 높았다. 8시간 초과 수면자 역시 사망 위험이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잠을 오래 자는 것이 반드시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과수면은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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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우울증도 원인 달랐다”…수면 유형별 관리 중요

연구팀은 노년기 우울증과 수면의 관계도 별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잠을 적게 자는 경우에는 신체 질병 부담과 대사 이상이 직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주며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오래 자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뇌와 지방 조직의 노화가 먼저 진행되고, 그 결과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가 더 두드러졌다. 즉 같은 우울증이라도 수면 부족형과 과수면형은 생물학적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준하오 원 조교수는 “짧게 자는 사람과 오래 자는 사람은 같은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그 기전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수면 치료와 건강 관리도 개인의 수면 패턴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수면을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생체 신호’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습관이라는 분석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