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3800억달러 쌓은 워런 버핏
후계자의 선택은 25조원 승부수
AI 광풍 속 건설회사 샀다

“워런 버핏이 현금을 쌓아둘 때 후계자는 움직였다.”

AI와 반도체 열풍이 증시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버핏의 후계자 그렉 아벨이 이틀 만에 약 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대형 인수 대상으로 선택한 기업은 의외로 AI 기업이 아닌 미국 주택 건설사였다. 여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도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사상 최대 현금을 쌓아온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후계자의 새로운 행보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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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대신 집을 샀다…버핏 후계자의 첫 승부수

그렉 아벨 CEO는 올해 초 정식 취임 이후 첫 대형 M&A로 미국 주택 건설업체 테일러 모리슨 홈을 선택했다. 인수 규모는 약 68억 달러, 부채를 포함하면 약 85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 자금이 AI와 반도체 산업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회사 인수는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버크셔의 시각은 달랐다. 단기 유행보다 미국의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버크셔는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에 보유하던 셰브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수익을 실현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버크셔가 실제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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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만에 25조 투자…버핏과 다른 행보 보이나

아벨의 공격적인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버크셔는 테일러 모리슨 인수 발표 직후 알파벳의 유상증자에도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동안 집행된 투자 규모만 약 168억 달러, 우리 돈으로 25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현금을 쌓아두던 버크셔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다.

실제로 버크셔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8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막대한 현금이 오히려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그렉 아벨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AI 열풍에 무작정 올라탄 것은 아니다. 알파벳 투자 역시 단순한 유행 추종보다는 장기 경쟁력과 현금 창출 능력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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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받은 책 한 권이 만든 17억 달러 투자

사실 버크셔의 주택 산업 사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시작에는 워런 버핏의 유명한 투자 일화가 있다.

버핏은 과거 지인에게서 미국 주택 시장과 관련된 책을 선물 받은 뒤 조립식 주택 업체 클레이턴 홈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기업을 직접 분석하고 경영진을 만나본 끝에 2003년 약 17억 달러를 들여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조립식 주택 산업은 월가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버핏은 미국의 주택 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클레이턴 홈즈는 버크셔의 대표적인 성공 투자 사례 중 하나가 됐다.

현재 버크셔는 주택 건설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 건축자재, 단열재, 페인트 사업까지 보유하며 거대한 주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테일러 모리슨 인수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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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오르면 불안하다” 가치투자의 본질

워런 버핏은 평생 ‘좋은 기업을 적정 가격 이하에 사는 것’을 투자 원칙으로 삼아왔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한 뒤 적정 가치 이상으로 평가받으면 매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오버슈팅’ 국면에서는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버핏 철학의 핵심이다.

실제로 워런 버핏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반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버핏은 무엇을 살지보다 지금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AI와 반도체 열풍이 이어지는 지금도 버핏의 투자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을 좇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워런 버핏이 수십 년간 지켜온 투자 철학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