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한복인 줄 알겠네”
경복궁 점령한 ‘한푸’에 시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경복궁을 찾은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SNS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국 여행지에서 자국 전통 의상을 입는 행동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인 경복궁에서 촬영된 영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여기에 중국 온라인상에서 수년째 이어진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까지 맞물렸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최근 자주 들리는 ‘한푸’는 무엇이며 우리가 입는 한복과는 어떻게 다를까.
사진=생성형 이미지
◆ 경복궁에서 ‘한푸’ 입고 촬영…왜 논란됐나

이번 논란은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한푸 차림으로 경복궁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0일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의 한복과 중국의 한푸는 엄연히 다른 의상인데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 의상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복궁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전통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많이 찾는 대표 관광지다. 한복을 입고 궁궐을 둘러보는 체험 역시 하나의 관광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공간에서 한푸를 입은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를 만들 경우 해당 의상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한푸를 입는 것 자체를 금지하거나 문제 행동으로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결국 쟁점은 ‘무엇을 입었느냐’보다 해당 콘텐츠가 한복과 한푸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고 확산시키느냐에 가깝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 한푸는 무엇?…한복과 같은 옷 아니다

‘한푸(漢服)’는 중국 한족의 전통 복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오늘날 볼 수 있는 한푸 문화가 대중적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한족의 전통 복식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여러 시대의 복식을 재현하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푸가 등장했다.

한복과 한푸는 동아시아 복식문화라는 큰 틀에서 역사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은 부분이 있지만 별개의 복식문화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여성 한복은 저고리와 치마가 기본이며 풍성하게 퍼지는 치마선이 특징적이다. 남성 한복 역시 저고리와 바지, 포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한푸는 중국 왕조와 시대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옷깃과 여밈, 소매, 상·하의 구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일부 디자인이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한복=한푸’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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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드라마에도 등장한 ‘한복 닮은 옷’…수년째 반복된 논란

이번 경복궁 한푸 논란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데는 그동안 비슷한 논쟁이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중국 드라마 ‘성화14년’에 조선시대 갓과 망건을 연상시키는 복식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한복공정’ 논란이 일었다.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 ‘소주차만행’ 등에서도 한복과 닮은 저고리나 시녀 복식이 등장해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논란은 드라마 밖에서도 계속됐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한복이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올라와 국내에서 반발을 샀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해 등장하면서 ‘한복공정’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까지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중국 업체로 추정되는 판매자들이 한푸를 판매하면서 상품 설명에 ‘Hanbok’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처럼 드라마와 포털, 온라인 쇼핑몰, SNS 등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한복과 중국 전통복식을 둘러싼 혼동과 갈등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고구려·발해 역사를 둘러싼 ‘동북공정’에 대한 기억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는 한복 문제 역시 단순한 의상 논쟁 이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한복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복과 한푸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비난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일이다.

누군가 한푸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한복을 중국 문화의 일부로 단정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이용해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는 주장에는 정확한 자료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제는 SNS 영상 하나가 국경을 넘어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외국인은 짧은 영상이나 사진 한 장을 통해 처음 한복을 접할 수도 있다. 한국 궁궐과 한복을 소개하는 다양한 언어의 콘텐츠를 늘리고 한복의 역사와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한복을 직접 입고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등 고궁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한복이 K팝이나 K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더욱 널리 알려진다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복과 한푸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서 발전한 복식이다.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동시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잘못된 주장에는 정확한 정보와 더 많은 콘텐츠로 대응하는 것. 반복되는 ‘한복공정’ 논란 속에서 필요한 대응은 결국 한복을 세계에 더 정확하게 알리는 데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