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밑에 휴지 깔면 깨끗한 줄 알았는데
매일 쓰는 휴지의 뜻밖의 사실
식당에 앉았는데 테이블에 물자국이나 음식 얼룩이 남아 있다. 수저를 그대로 올려놓기는 찜찜하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휴지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려놓는 사람이 많다. 테이블보다 새 휴지가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정말 휴지를 깔면 더 위생적일까. 의외로 답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식당 테이블이 깨끗해 보인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진이 식당 테이블을 조사했더니 일부에서 대장균군과 대장균 등이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테이블을 닦은 뒤였다. 직원이 평소처럼 테이블을 닦았는데 한 실험에서는 오히려 세균이 크게 늘었다.
이유로 지목된 것은 ‘행주’였다. 여러 테이블을 같은 행주로 반복해서 닦는 과정에서 한쪽에 있던 세균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식당 테이블을 닦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는 아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행주를 사용하고 자주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손님 입장에서는 테이블 상태가 찜찜하다면 수저를 바로 올려놓기보다 깨끗한 냅킨이나 수저받침을 이용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진다. 테이블이 찜찜해서 휴지를 깔았는데 정작 그 휴지는 정말 깨끗할까.
새 종이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무균’인 것은 아니다. 캐나다 연구진이 사용하지 않은 새 종이타월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도 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재생섬유로 만든 일부 제품은 새 제품인데도 상대적으로 많은 세균이 확인됐다.
다만 이 연구만 보고 “휴지가 식탁보다 더럽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사 대상이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얇은 냅킨이 아니라 종이타월이었고, 테이블과 휴지를 같은 조건에서 직접 비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테이블도 무조건 깨끗하지 않고, 새 휴지도 완벽한 무균 제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무조건 더 더럽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결국 식당에서 휴지를 까는 행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 깨끗하게 보관된 일회용 냅킨을 사용하면 수저가 테이블과 직접 닿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휴지 한 장을 깔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완벽하게 깨끗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식당에서 휴지는 꽤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수저 밑에 깔고, 숟가락에 묻은 물기를 닦고, 식사 중에는 입도 닦는다. 테이블에 국물을 흘리면 다시 휴지를 집어 든다.
이럴 때 기억할 것은 ‘종이처럼 생겼다고 다 같은 휴지는 아니다’라는 점이다.
올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종이 냅킨을 조사한 결과, 위생용품으로 관리되는 국내 일회용 종이 냅킨 21종에서는 벤조페논과 포름알데히드, 형광증백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장식 목적으로 판매되는 일부 수입 냅킨에서는 이들 물질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예쁜 그림이 있는 냅킨은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검출량을 토대로 평가한 노출 수준은 낮았다.
생활 속에서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입을 닦거나 수저를 받칠 때는 식당에 비치된 위생용 냅킨처럼 원래 그 용도로 만들어진 제품을 쓰면 된다. 반대로 파티 장식용 종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인쇄 종이를 음식 밑에 깔거나 입을 닦는 데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결국 “수저 밑에 휴지를 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답은 간단하다. 테이블이 찜찜하다면 깨끗한 일회용 냅킨을 깔아도 된다. 수저와 테이블이 직접 닿는 것은 막아주기 때문이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식사 전 손 씻기다.
식당에 들어오기까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손잡이를 잡고 휴대전화를 만졌을 수 있다. 자리에 앉아서는 메뉴판과 물병, 수저통까지 손으로 만진다. 이렇게 여러 곳을 만진 손으로 김치나 고기를 집어 먹는다면 수저 밑에 휴지를 깔았는지만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정리하면 어렵지 않다. 테이블이 찜찜하면 깨끗한 냅킨이나 수저받침을 사용하고, 입이나 수저를 닦을 때는 용도에 맞는 냅킨을 쓴다. 그리고 식사 전에는 손을 씻는다.
매번 습관처럼 까는 휴지 한 장. 수저와 테이블 사이를 막아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한 장이 모든 세균을 막아주는 ‘위생 방패’까지는 아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