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걱정돼 매번 깎았는데”
사과, 물로만 씻어도 되는 이유
가을 사과를 한입 베어 물다가 문득 껍질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농약이 남아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다시 껍질을 깎거나, 베이킹소다와 식초까지 꺼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과 하나를 먹기 위해 특별한 세척제를 준비할 필요까지는 없다. 제대로 물로 씻고 표면을 잘 닦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무조건 껍질을 벗겨 버리면 사과 껍질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까지 함께 버리게 된다. 사과 껍질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잔류농약이다. 실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가 소비자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과 껍질을 먹지 않는 이유로 ‘농약 잔류 우려’를 꼽은 응답이 51.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식품안전나라가 안내하는 세척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돗물로만 잘 씻어도 80% 이상의 잔류농약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과 역시 물에 씻거나 헝겊 등으로 표면을 잘 닦아 먹으면 된다. 농촌진흥청도 올해 공개한 자료에서 사과를 물에 담갔다가 씻은 뒤 닦아 껍질째 먹는 방법을 소개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이 있다. 꼭지 주변처럼 움푹 들어간 곳이다. 평평한 표면과 달리 세척하기 어려워 잔류농약이 남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있으므로 이 부분은 꼼꼼하게 씻고, 걱정된다면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 먹는 방법도 있다.
사과를 씻을 때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사용하는 집도 많다. ‘물보다 농약이 더 잘 빠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특별한 재료를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안전나라는 과일과 채소의 잔류농약을 줄이는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 세척을 안내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를 물에 담가두었다가 씻고 마지막에 흐르는 물로 헹구는 방식이다.
식초나 소금, 베이킹파우더 등을 사용해야만 잔류농약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식품안전나라의 세척 안내에서는 이 같은 재료가 잔류농약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베이킹소다로 씻으면 과일의 농약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도 퍼지고 있지만 이 역시 과장될 수 있다. 식품안전나라가 소개한 해외 소비자기관 자료에 따르면 물이나 베이킹소다 세척 모두 표면의 잔류농약을 줄일 수 있지만 모든 종류의 잔류농약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과 한 알을 먹을 때마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찾기보다는 물로 충분히 세척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간단하다.
깨끗하게 씻었다면 굳이 껍질부터 깎아낼 필요도 없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사과 껍질에는 식이섬유를 비롯해 비타민 C,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여러 유용성분이 들어 있다. 사과를 껍질째 활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가을에는 햇사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껍질째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도 사과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다고 모든 사과를 무조건 껍질째 먹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껍질 특유의 질긴 식감이 싫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소화가 부담스럽다면 벗겨 먹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농약이 무서우니 반드시 껍질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사과 표면에 흙이나 이물질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 뒤 물로 충분히 씻는다. 농촌진흥청은 사과의 경우 물에 1분 정도 담갔다 씻은 뒤 헝겊 등으로 닦아 껍질째 먹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꼭지 주변의 움푹 파인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써서 씻는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씻어 오래 보관하기보다는 먹기 전에 필요한 만큼 세척하는 것도 간편하다. 사과에 상처가 있거나 물러진 부분, 곰팡이 등 이상이 보인다면 세척 여부와 별개로 상태를 살펴야 한다.
결국 가을 사과를 먹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베이킹소다를 풀고 식초를 넣는 복잡한 과정 대신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고 잘 닦으면 된다.
이미 물로 씻은 사과를 껍질째 먹었다고 뒤늦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세척했다면 껍질까지 아삭하게 즐길 수 있다. 사과를 먹기 전 기억해야 할 것은 특별한 세척제가 아니라 ‘물로 잘 씻기’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