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여도 소용없었다”… 실온 보관 4일 만에 마시는 물 기준 초과

“이것 하나만 빼도 되는데”… 세균 증식 막는 결정적 한 끗 차이

사진 : 보리차 / 생성형 이미지
맹물 대신 구수한 보리차를 끓여 마시는 가정이 많다. 특히 미지근할 때 특유의 맛이 살아나, 넉넉하게 끓여 식탁 위에 두고 마시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팔팔 끓였다는 사실만 믿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 번 끓인 보리차라도 보관 온도와 시간에 따라 세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보관 방식과 보리알 자체에 있었다.

실온에 뒀더니 4일 만에 기준치 초과

사진 : 보리차 / 생성형 이미지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진행한 실험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보리차를 10분간 끓인 뒤, 각각 실온(25~30도)과 냉장(4~5도) 조건에서 보관하며 일반세균 수 변화를 관찰했다.
사진 : 냉장 보리차 / 생성형 이미지
결과는 확연히 갈렸다. 냉장 보관한 보리차는 7일이 지나도 일반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실온에 둔 보리차는 달랐다. 불과 4일째부터 일반세균 수가 먹는 물 수질기준(100CFU/mL)을 초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끓였다는 사실이 안전을 끝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끓였는데 세균이 느는 진짜 이유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미생물은 사멸한다. 그런데도 세균이 다시 증식하는 배경에는 보리알에 붙어있는 ‘포자’가 지목된다. 이 포자는 열에 무척 강한 특성을 지녔다.

보리를 볶는 고온의 가공 과정은 물론, 물에 넣고 10분간 끓이는 과정에서도 일부 포자는 살아남는다. 이후 물의 온도가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20~30도 수준으로 식으면, 살아남은 포자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다.

다 끓인 뒤 보리알만 빼면 괜찮다

사진 : 보리차 / 생성형 이미지
세균 증식을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보리차를 다 끓인 직후, 물속에 있는 보리알이나 티백을 바로 건져내는 것이다. 보리알을 계속 물에 담가두는 것은 세균 포자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며 증식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보리알을 제거한 보리차가 그대로 둔 경우보다 미생물에 의한 변패가 훨씬 적게 나타났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보리차 음용법은 끓인 직후 보리알을 건져내고, 충분히 식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차이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