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구마, 다른 단맛의 비밀은 ‘온도’에 있었다

강하게 빨리 익히면 밍밍해지는 과학적 원리, 따로 있어

전자레인지에 급하게 돌린 고구마가 퍽퍽하고 밍밍해 실망했던 경험은 한 번쯤 있다. 분명 같은 고구마인데,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의 진한 단맛은 온데간데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조리법의 미세한 차이가 만든 결과다. 고구마의 단맛을 최대로 끌어내는 핵심은 흔히 생각하는 화력의 세기가 아닌, 특정 ‘온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전자레인지의 특정 기능을 활용하면 단 10분 만에 퍽퍽했던 고구마가 꿀이 흐르는 간식으로 바뀐다.

고구마 단맛의 비밀은 효소에 있었다

사진 : 고구마 / 생성형 이미지
고구마가 단맛을 내는 원리는 생각보다 과학적이다. 고구마 속에는 전분을 엿당으로 바꾸는 ‘베타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 효소가 바로 천연 감미료를 만들어내는 핵심 열쇠다.

문제는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최적의 온도 구간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섭씨 60도 내외에서 가장 왕성하게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며, 이 온도를 벗어나면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사진 : 전자레인지 / 생성형 이미지
대부분 사용하는 전자레인지 ‘강’ 모드는 수백 도의 고온으로 음식을 빠르게 데운다. 이 과정에서 효소가 활성화되는 60도 구간을 순식간에 지나쳐 버려, 효소가 제 역할을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전분이 당으로 충분히 바뀌지 못한 채 익어 밍밍한 맛을 낸다.

전자레인지 약 모드가 꿀고구마를 만든다

사진 : 고구마 / 생성형 이미지
집에서도 군고구마 같은 단맛을 내려면 전자레인지의 출력을 낮춰야 한다. ‘강’ 모드 대신 ‘약’ 또는 ‘해동’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비법이다. 낮은 출력으로 10분에서 12분가량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익히면 된다.
이렇게 하면 고구마 내부 온도가 60도 부근에 오래 머무르면서 베타아밀라아제 효소가 활동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사진 : 고구마 / 생성형 이미지
고구마를 젖은 키친타월로 감싼 뒤 종이봉투나 내열 용기에 넣어 돌리면 수분이 유지돼 더욱 촉촉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할 때도 원리는 같다. 200도 이상의 고온보다는 160도 정도의 낮은 온도로 시간을 들여 구워야 단맛이 극대화된다.

단순히 익히는 온도와 시간을 조절했을 뿐인데, 평범했던 고구마가 전혀 다른 고급 간식으로 변모한다. 익힌 뒤 바로 먹기보다 잠시 두었다 먹으면 내부의 당분이 한층 더 응축되어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퍽퍽한 고구마에 실망했다면, 오늘 간식은 전자레인지의 ‘약’ 버튼을 눌러보는 것이 좋겠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