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드라마 촬영용 임시 건물이 15년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입장료, 주차비 모두 0원... 액자 포토존에 서면 누구나 ‘작품’ 남기는 곳

사진 : 죽성성당 / 한국관광공사
부산 기장의 한적한 어촌마을, 파도가 부딪히는 바위 위에 낯선 건물이 하나 서 있다. 붉은 지붕과 고풍스러운 외관은 마치 중세 유럽의 어느 해안가 성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주말마다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로 북적이는 지역의 대표 명소다. 하지만 이곳이 실제 종교시설이 아닌, 15년 전 한 드라마를 위해 지어진 임시 세트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드라마 종영과 함께 사라질 뻔했던 가설 건축물이 어떻게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죽성성당 / 한국관광공사

드라마는 잊혔지만 건물은 남았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죽성드림세트장’이다. 지난 2009년 방영된 SBS 드라마 ‘드림’의 촬영을 위해 지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본명보다 ‘죽성성당’이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드라마 종영 후 철거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세트장과 푸른 동해 바다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장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덕분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건물 내부는 작은 갤러리로 꾸며져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감상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사진 : 죽성성당 / 한국관광공사

누구나 작가가 되는 액자 포토존의 힘

죽성성당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사진 촬영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있다. 특히 건물 한쪽에 마련된 액자 형태의 포토존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별다른 기술 없이 네모난 프레임에 맞춰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가 그대로 담겨 한 폭의 그림 같은 사진이 완성된다. 어떤 날씨에 방문하더라도 그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긴 자신만의 작품을 남길 수 있다.

이 독특한 포토존 덕분에 죽성성당은 ‘인생샷 명소’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재생산되며 새로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 : 죽성성당(죽성드림세트장) / 한국관광공사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의외의 장점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모든 것이 무료라는 점이다. 별도의 입장료나 예약 없이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다. 건물 바로 앞에는 방문객을 위한 무료 주차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세트장 주변으로는 작은 어촌마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즐비해 알찬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짜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다와 이국적인 풍경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이곳은 후회 없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이번 주말, 훌쩍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