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없는 유적지, 가볍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세계가 인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 그 비밀은 경내에 있었다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막대한 관람료와 주차 전쟁 없이 고즈넉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심지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임에도 그렇다.
충남 논산에 자리한 돈암서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단순히 입장료가 없는 곳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역사적 가치가 상당하다. 390년의 세월을 견딘 붉은 배롱나무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이 그 깊이를 말해준다.
입장료가 전부가 아니었던 이유
돈암서원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세계였다. 이곳은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8개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성리학이라는 지적 전통이 한국의 상황에 맞게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증거로 평가받는다.
대형 유적지들이 높은 입장료와 주차난으로 방문 전부터 부담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돈암서원은 관람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아,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내를 거닐 수 있다. 경제적 부담 없이 떠나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이만한 곳을 찾기도 어렵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조선의 역사가 담겼다
서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응도당(凝道堂)이다. 보물 제1569호로 지정된 이 강당은 유림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던 공간이다.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조선 중기 성리학을 이끈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34년 처음 세워진 서원의 중심이다.
응도당 옆으로는 정회당(靜會堂)이 자리해 독특한 배치를 이룬다. 원래 다른 곳에 있던 것을 1954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두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돈암서원만 보고 가면 아쉬운 근교 명소
돈암서원에서 여운을 느꼈다면 발걸음을 조금 더 옮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차로 멀지 않은 거리에 논산명재고택, 연산향교, 종학당 등 유서 깊은 한옥과 교육기관들이 즐비하다.
특히 논산명재고택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연산향교와 종학당 역시 연중무휴로 방문객을 맞이해, 돈암서원과 함께 하루 코스로 묶어 여유로운 역사 기행을 즐길 수 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