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아니면 못 가는 여름 한정 명소.
곧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한낮, 온종일 돌아가는 에어컨 바람에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맘때면 많은 이들이 인공 냉기를 벗어나 뼛속까지 시원한 자연의 서늘함을 찾는다.
그 목적지로 강원도 태백의 한 고원이 주목받고 있다. 해발 1,300m 높이에 펼쳐진 40만 평 규모의 거대한 배추밭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익숙한 농경지를 넘어, 한여름 더위를 완벽하게 잊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유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도심의 평균 해발고도는 약 900m에 이른다. 이 지형적 특성 덕분에 최근 5년간 열대야가 단 하루도 기록되지 않았을 정도다.특히 매봉산 정상 부근은 해발 1,304m에 달해, 지표면이 달궈져도 공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기온 감율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도심의 폭염과 완전히 격리된 이곳은 바람 자체에 서늘한 한기가 서려 있는 천혜의 피서지다.
셔틀버스만 허락된 40만 평 배추밭의 속사정
정상부에 펼쳐진 광활한 배추밭은 1960년대 화전 정리사업을 계기로 조성된 땅이다. 푸른 배추가 자라나는 7월부터 8월 말까지는 농작물 보호와 대형 농기계 이동을 위해 일반 차량의 통행이 엄격히 제한된다.이 기간 방문객은 반드시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삼수령 휴게소 등지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야만, 비로소 바람의 언덕이 품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이 풍경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
하지만 이 푸른 장관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파르게 다가오는 기후변화가 고원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 연구에 따르면, 2010년 7,449ha에 달했던 태백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50년 256ha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심지어 2090년 무렵에는 이 지역에서 배추 재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람의 언덕은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밤하늘 은하수를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고지대의 급격한 기온 저하에 대비해 한여름이라도 바람막이나 얇은 패딩 같은 방한 의류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