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들 여기서 나왔다”
삼성·LG·효성 창업주 나온 국내 여행지
경남 의령의 남강 한가운데에는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바위 하나가 있다. 그런데 이 바위를 두고 오래전부터 묘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20리 안에서 큰 부자가 나온다”는 전설이다. 더 흥미로운 건 실제 주변에서 삼성·LG·효성을 세운 창업주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은 ‘돈복’과 ‘부자 기운’을 빌러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색 여행지가 됐다. 화제의 장소는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 남강에 있는 ‘솥바위’다.
바위가 물 밖으로 반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생김새가 옛날 가마솥과 닮았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물속에 잠긴 부분이다. 실제 솥처럼 세 개의 발이 달려 있다고 전해져 한자로 솥 정(鼎), 바위 암(岩)을 써 ‘정암’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독특한 생김새보다 이곳에 얽힌 전설이다. 의령군에 따르면 과거 한 도사가 솥바위를 지나면서 이 바위를 중심으로 반경 20리 안에는 부귀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리는 현재 거리로 약 8km다. 그런데 이후 이 일대에서 한국 경제사를 대표하는 기업 창업주들이 실제로 태어나면서 평범한 바위에 ‘부자바위’라는 이야기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이다. 그는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났다. 현재 이곳에는 호암 이병철 생가가 남아 있다.
솥바위를 중심으로 시선을 조금 넓히면 또 다른 이름들이 등장한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서는 LG그룹 창업주 연암 구인회가, 함안군 군북면에서는 효성그룹 창업주 만우 조홍제가 태어났다.
실제로 의령군은 이병철·구인회·조홍제 창업주의 출생지가 솥바위 반경 20리 안에 자리한다며 솥바위의 ‘3대 거부 전설’을 지역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진주 승산마을 이야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풍수지리의 신빙성과 별개로 솥바위를 기점으로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의 생가가 약 20리 거리 안에 자리한다는 점을 흥미로운 지역 이야기로 소개한다.
전설이 실제 기업가들의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작은 지역 주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창업주들이 잇따라 태어났다는 사실과 오래된 부자 전설이 맞물리면서 솥바위는 독특한 관광지가 됐다.
요즘 솥바위를 찾아가면 단순히 강 한가운데 놓인 바위만 보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의령군은 이곳을 ‘대한민국 부자 1번지’로 이름 붙이고 솥바위의 기운이 좋다고 전해지는 자리에 지름 80cm, 무게 40kg의 원형 동판을 설치했다. 동판 위에 서서 소원을 빌거나 밟으면 행운과 건강, 부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특히 새해가 되면 분위기가 더욱 특별해진다. 2026년 새해 첫날에도 솥바위 일대에는 일출을 보며 건강과 소원을 기원하려는 방문객들이 몰렸다. 창업이나 시험 등 새로운 일을 앞두고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다.
솥바위 바로 옆 정암루에 오르면 남강 풍경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부자 명당’만은 아니다. 정암진은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이끄는 의병이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정암진 전투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남해고속도로 군북IC에서 약 10분 거리이며 주변에 주차도 가능하다.
돈복 여행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솥바위에서 끝내지 말고 삼성 창업주 이병철 생가까지 이어가볼 만하다.
의령군 정곡면에 자리한 생가는 이병철이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솥바위에서 ‘부자 기운’을 빌었다면 실제 한국 대표 기업가가 태어난 공간까지 둘러보는 셈이다.
의령군 역시 솥바위와 이병철 생가를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솥바위의 부자 전설을 활용한 ‘리치리치페스티벌’까지 개최하면서 의령 자체를 ‘부자 1번지’라는 관광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물론 바위에 소원을 빈다고 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풍수나 부자 전설 역시 어디까지나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평범해 보이는 남강의 바위 하나를 중심으로 삼성·LG·효성 창업주의 고향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여행지로서 충분히 흥미롭다. 돈이 들어온다는 전설을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다. 가을날 남강을 걷고 정암루에 올라 풍경을 바라본 뒤 동판 위에서 “올해는 돈 좀 벌게 해주세요”라고 소원 하나쯤 빌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여행과는 조금 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