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드라마 촬영지의 반전
드라마 촬영 뒤 붐비는 거제 명소
거제 바다를 보러 갔다가, 바다보다 먼저 어두운 땅굴 앞에서 발걸음이 멈춘다.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눈앞에 커다란 액자처럼 바다가 열린다. 검은 동굴 벽이 바깥의 푸른 물빛을 더 선명하게 밀어 올리고, 입구에 선 사람은 자연스럽게 한 장의 실루엣이 된다.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해 찾았다가, 예상보다 근사한 해안 풍경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곳. SBS 드라마 ‘김부장’에 등장한 뒤 다시 주목받는 경남 거제 근포땅굴 이야기다. ‘김부장’은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액션 드라마다. 작품에는 거제의 옛 예비군훈련장과 호텔, 펜션, 근포땅굴 등 지역 곳곳이 배경으로 담겼다. 그중 여행객이 가장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장소는 근포땅굴이다.
근포땅굴은 거제시 남부면 근포마을 뒤편 바닷가에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용도로 만들어진 인공 땅굴로 알려져 있다. 과거의 흔적이 남은 공간인 만큼 땅굴 안은 서늘하고 어둡지만, 바다 쪽으로 난 입구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드라마에서는 인물의 위태로운 분위기를 살리는 배경이었지만, 실제 여행객에게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 가는 포토 스폿에 가깝다.
근포마을 해안에는 여러 개의 땅굴이 이어져 있다. 모두 비슷해 보여도 바다가 보이는 방향과 입구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인기 있는 구도는 땅굴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찍는 사진이다. 동굴의 어두운 윤곽이 프레임이 되고, 그 안에 사람과 바다가 함께 담긴다.
사진을 예쁘게 남기려면 한낮보다 빛이 부드러운 오전이나 해 질 무렵이 좋다. 파란 하늘과 맑은 바다를 원한다면 낮에, 조금 더 분위기 있는 장면을 원한다면 노을 시간에 찾으면 된다. 다만 주말에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이 몰릴 수 있다. 긴 시간 자리를 차지하기보다 미리 구도를 정해 두고 차례를 지키는 센스가 필요하다.
바닥은 축축하거나 고르지 않은 곳이 있어 굽 높은 신발보다 운동화가 낫다. 빛이 약해지는 시간에는 발밑이 잘 보이지 않으니, 일몰을 보더라도 너무 늦기 전 이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근포땅굴 바로 앞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당황할 수 있다. 근포항이나 근포마을 인근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운 뒤, 마을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야 한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길이라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마을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땅굴 방향을 알리는 안내가 있고, 걷다 보면 작은 항구와 잔잔한 해안이 차례로 나타난다. 유명 관광지의 번화함보다 조용한 어촌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 땅굴만 보고 바로 돌아서기보다 근포항 방파제까지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여행의 밀도가 훨씬 높아진다.
근포땅굴은 거제 남부 여행의 시작점으로 잡기 좋다. 사진을 남긴 뒤에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쪽으로 이동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고, 저구항 주변에서 해산물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드라이브를 좋아한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창밖으로 바다가 계속 이어지는 맛도 놓치기 어렵다.
드라마를 보고 찾는 사람이라면 작품 속 장면을 떠올리는 재미가 있고,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어둠 속에서 바다를 발견하는 짧은 순간이 생각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다. 거제 여행에서 조금 다른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다면, 이번엔 근포땅굴 안으로 들어가 바다를 바라봐도 좋겠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