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은 하루면 충분”
동남아 아침 식사 여행 꿀팁
여행 첫날에는 호텔 조식이 든든하다. 빵과 달걀, 과일을 한 접시에 담고 커피까지 마시면 낯선 도시에서도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이틀째 아침부터는 조금 다른 풍경이 궁금해진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그릇을 앞에 두고, 출근길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보는 것. 메뉴판이 낯설어도 주문법 몇 가지만 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동남아 여행에서 조식은 하루면 충분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의 아침은 쌀국수 냄새로 시작된다. 다낭이나 호이안에서 가장 부담 없이 주문할 메뉴는 ‘퍼 보(Phở bò)’와 ‘퍼 가(Phở gà)’다. 퍼 보는 소고기 쌀국수, 퍼 가는 닭고기 쌀국수다. 국물 하나로 든든히 먹고 싶다면 퍼 보, 조금 더 담백한 맛을 원하면 퍼 가를 고르면 된다.
베트남 남부와 중부에서는 바게트 샌드위치인 반미도 아침 단골 메뉴다. 계란을 넣은 ‘반미 쯩(Bánh mì trứng)’은 처음 먹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고기나 파테가 부담스럽다면 “반미 쯩”이라고 말하며 계란 버전을 고르면 된다. 현지 카페에서는 달콤한 연유커피 ‘까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를 곁들이면 여행 온 기분이 훨씬 선명해진다.
태국 아침 식당에서 전날 먹은 팟타이나 똠얌꿍을 또 찾을 필요는 없다. 밤새 에어컨을 맞았거나 속이 조금 피곤하다면 쌀죽 ‘족(Jok)’이 답이다. 돼지고기 완자와 생강, 파를 넣은 죽에 반숙 달걀을 올려 먹는 메뉴다. 주문할 때 “족 무 싸이 카이”라고 하면 돼지고기와 달걀이 들어간 버전을 뜻한다.
국물밥 느낌을 원한다면 ‘카오 똠 무(Khao tom moo)’도 좋다. 맑은 국물에 밥과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태국식 국밥으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 사이에서 한 번 쉬어가기 좋다. 고수 향이 걱정된다면 영어로 “No cilantro, please”라고 말하거나 메뉴를 가리키며 손짓해도 충분하다. 매운맛은 “마이 펫(Mai phet)”이라고 하면 줄일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삼발소스, 땅콩, 멸치볶음, 달걀을 곁들인 ‘나시르막(Nasi lemak)’이 대표적인 아침 메뉴다. 처음이라면 삶은 달걀과 기본 반찬이 담긴 작은 포장부터 도전해도 좋다. 조금 더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닭고기가 더해진 ‘나시르막 아얌’을 주문하면 된다.
매운맛이 걱정된다면 소스를 전부 비비지 말고 조금씩 섞어 먹자. 삼발은 달콤하면서도 매운 고추 소스라 한 숟갈만 넣어도 맛이 확 달라진다. 코코넛 향이 나는 밥과 바삭한 멸치, 땅콩의 조합은 호텔 뷔페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지식 아침이다.
싱가포르에서 아침 시간이 부족하다면 코피티암으로 가면 된다. 가장 쉬운 주문은 “카야토스트 세트 하나, 코피 하나”다. 코코넛 밀크와 달걀로 만든 카야잼을 바른 토스트, 반숙 달걀, 현지식 커피가 함께 나온다. 반숙 달걀에는 간장과 후추를 살짝 넣어 먹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다.
커피가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주문 단어만 기억하면 된다. ‘코피(Kopi)’는 우유와 설탕이 들어간 커피에 가깝고, ‘코피 오 코송(Kopi-O kosong)’은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다. 여행지의 아침은 거창한 맛집 탐방이 아니어도 충분히 특별하다. 하루쯤 호텔 조식을 건너뛰고, 현지 사람들이 출근 전에 먹는 한 끼를 따라가 보자. 그 도시가 조금 더 가까워진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