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사쓰 온천 1박 2일
관광보다 휴식에 집중
온천 마을에서 하룻밤

여름에는 뜨거운 물에 들어갈 생각만 해도 덥고, 한겨울에는 탕에서 나오기 전부터 추위가 걱정된다. 그 사이 10월에는 온천의 따뜻함이 유난히 반갑다. 산책하다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공기, 물에 몸을 담갔을 때 풀리는 긴장, 목욕 뒤 다시 걷고 싶어지는 거리. 온천과 동네 구경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이 계절이 매력적이다. 일본 군마현 구사쓰는 관광지를 빽빽하게 채우지 않아도 하루가 아쉽지 않은 온천 마을이다.
사진=나라야 료칸의 ‘하나노유’ 대욕장
■ 여름 더위는 끝나고, 겨울 추위는 오기 전

10월 온천 여행의 장점은 목욕 전후의 시간까지 즐기기 좋다는 데 있다. 따뜻한 탕에 들어갔다가 잠시 쉬고, 간식을 먹으러 나와 골목을 걷는 일정이 자연스럽다. 눈 풍경을 기다리지 않아도 온천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낼 수 있다.

군마현 공식 관광 안내도 여름의 더위가 지나고 한겨울의 강한 추위가 오기 전인 가을을 구사쓰 방문에 좋은 계절로 소개한다. 다만 산간 온천 마을인 만큼 도쿄의 옷차림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낮에 걷기 편한 옷과 별개로 저녁 산책에 걸칠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

단풍은 여행의 보너스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방문 날짜에 꼭 절정이어야 한다고 기대하기보다, 온천과 마을 산책을 중심에 놓고 주변 가을빛을 즐기는 것이다. 날씨가 흐려져도 여행의 주인공인 따뜻한 물은 남아 있다.
사진=일본 구사쓰정 공식 홈페이지
■ 마을 한가운데서 김이 피어오른다

구사쓰에 도착하면 먼저 유바타케로 향하게 된다. 온천수가 흐르고 김이 피어오르는 마을의 중심 공간이다. 쇼핑몰이나 전망대 대신 온천의 존재 자체가 풍경이 된다는 점이 구사쓰다운 첫인상이다.

유바타케는 물에 들어가 목욕하는 탕이 아니다. 주변을 걸으며 온천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는 장소다. 낮에는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밤에는 조명을 받은 김과 거리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같은 곳을 두 번 걸어도 느낌이 달라 하룻밤 머무는 재미가 생긴다.

근처 네쓰노유에서는 긴 나무판으로 뜨거운 온천수를 젓는 전통 ‘유모미’ 공연을 볼 수 있다. 온천에 들어가는 것 외에도 마을의 문화를 구경할 거리가 있는 셈이다. 관람을 원한다면 방문일의 공연 시간과 입장 조건을 확인해두자.
사진=보운 료칸의 만다이노유 노천탕
■ 노천탕 하나, 골목 산책 하나면 충분

자연 속에서 쉬는 기분을 더하고 싶다면 사이노카와라 공원 방향으로 걸어보자. 일본정부관광국은 유바타케에서 료칸과 상점이 늘어선 길을 따라 공원으로 가는 동선을 소개한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 골목 구경과 자연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구사쓰에는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을 비롯해 고자노유, 오타키노유 등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입욕 시설이 있다. 그렇다고 하루에 모두 방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숙소의 탕에서 충분히 쉬고 외부 온천 한 곳만 더해도 온천 여행다운 시간이 된다.

추천하는 흐름은 단순하다. 오후에 도착해 짐을 맡기고 유바타케 주변을 걷는다. 숙소에서 목욕과 저녁을 즐긴 뒤, 몸을 충분히 식히고 겉옷을 걸쳐 야경 산책을 나선다. 다음 날에는 공원이나 관심 있는 입욕 시설 한 곳을 골라 천천히 둘러보는 식이다. 체크리스트를 지우기보다 쉬는 시간을 남기는 일정이다.
사진=나라야 료칸
■ 도쿄에서 잠깐 들르기보다, 하루는 머물기

구사쓰를 도쿄 근교라는 말만 듣고 짧은 외출처럼 생각하면 이동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공식 안내상 도쿄에서 출발하는 직행 고속버스는 약 네 시간이 걸린다. 왕복 이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만큼, 온천에서 쉬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일치기보다 1박을 검토할 만하다.

숙소를 고를 때는 객실 사진보다 자신이 원하는 휴식 방식을 먼저 생각하자. 저녁 식사를 포함한 료칸에서 머물지, 식사는 골목에서 해결할지에 따라 예약 조건이 달라진다. 석식 포함 상품은 도착 마감 시각을, 외부 온천은 별도 입장료와 운영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가족탕이나 객실탕이 필요하다면 이용 방식과 추가 비용도 살펴보는 편이 좋다.

10월의 구사쓰에서는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찬 공기 속에서 걷고, 따뜻한 물에 쉬고, 밤의 유바타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돌아와서 “어디를 몇 군데 갔어?”라는 질문에 선뜻 숫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이번 여행에서 충분히 챙긴 것은 방문지가 아니라 쉬어간 시간이니까.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