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으르렁’ 거림, 이제는 안녕”...스팅어로 시작된 8년의 도전, 마침표 찍는다

기아의 내연기관 GT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다. 심장을 울리던 가솔린 고성능 모델의 계보를 정리하고, EV6 GT를 필두로 한 강력한 전기차 라인업으로 ‘GT’의 의미를 새로 쓰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 나왔다. 엔진의 시대가 가고, 모터의 시대가 온 것이다.
기아 EV9 GT 정면 (출처=기아)
엔진의 시대, 그 뜨거웠던 작별

이제 공식화됐다. 심장을 울리던 V6 트윈터보 엔진의 ‘으르렁’ 거림은 더 이상 기아의 신차에서 들을 수 없게 된다. 기아가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GT 모델의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역량을 전기 GT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명확하다.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와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향한 브랜드의 방향성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 규제를 감안할 때, 내연기관 고성능 모델은 사업성 측면에서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더 뉴 EV6 GT 상부 (출처=기아)
스팅어의 포효, K5의 마지막 불꽃

2017년, 스팅어 GT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국산차에서 보기 드문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에 3.3리터 트윈터보 심장을 얹은 이 차는, ‘아빠들의 포르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기아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설적인 모델이다.
기아 스팅어 측정면2 (출처=기아)
이후 K3 GT, K5 GT 등 대중적인 모델에 ‘운전의 재미’를 녹여내며 GT 라인업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제 그 마지막 주자인 K5 GT를 끝으로 8년간의 뜨거웠던 도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남들이 주춤할 때, 기아는 ‘풀 액셀’

포르쉐 같은 일부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이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아이오닉 5 N과 EV6 GT에 있다. 이 모델들은 ‘전기차는 재미없다’는 오랜 편견을 완벽히 깨부수며, 디지털 기술로도 충분히 내연기관의 감성을 재현하고 뛰어넘을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기아는 컴퓨터 기술을 통해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 모델과 유사한, 혹은 그 이상의 운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기아 EV3 GT라인(출처=기아)
쏘렌토, 카니발은 괜찮을까?

“‘고성능 모델이 단종되면, 내가 타는 쏘렌토나 카니발도 갑자기 사라지는 거 아니야?’”

많은 운전자들이 가질 법한 걱정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당분간은 괜찮다. 기아의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일부 마니아를 위한 ‘고성능’ 라인업에 한정된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일반 대중 모델들의 완전한 전동화 전환은 적어도 203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 K3 GT (출처=기아)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기아의 ‘GT’ 뱃지는, 짜릿한 엔진음 대신 심장이 멎을 듯한 전기 모터의 ‘위이잉’ 소리와 함께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