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비운의 명차, K7... 중고차 시장에서 그랜저 잡는 ‘숨은 강자’로 재평가
K7 중고차를 찾는 4050 가장들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 신차 시장에서 K8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고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00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상품성, 그 비밀을 파헤쳐 본다.놀라운 점은 최고 사양인 시그니처 트림 역시 2,000만 원 초중반대 예산으로 충분히 넘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차 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에 가까운 금액으로, 그랜저 부럽지 않은 풀옵션 대형 세단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입맛 따라 고르는 세 가지 심장, 성능과 효율 사이K7은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엔진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장 대중적인 2.5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98마력에 11km/ℓ 후반대의 준수한 연비를 갖춰 일상 주행이 많은 운전자에게 ‘가장 똑똑한 선택’으로 불린다. 성능과 효율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만약 유류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라면 3.0 LPI 엔진이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저렴한 연료비는 가계에 큰 보탬이 되지만, 가스 탱크로 인한 트렁크 공간의 손해와 다소 묵직한 주행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고급스러운 우드 그레인과 가죽 시트는 문을 여는 순간 프리미엄 세단에 탔음을 실감케 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는 서스펜션과 6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운 조합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크게 덜어준다. 다만, 낮은 트림에서는 주차 보조 기능이 빠져있을 수 있으니 구매 전 꼼꼼히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연비 항목은 7.8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는 대형 가솔린 세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일부 오너들은 후방 시야가 좁다는 점과 간헐적인 변속 충격을 단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오너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장점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단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기아 K7은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을 꿈꾸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현명한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