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차 시세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 침체 한파에 모두가 지갑을 걸어 잠그는 와중에, 유독 제네시스 중고차 같은 고급 모델만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5060세대가 이 열풍의 주인공이다.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이들은 왜 수천만 원짜리 프리미엄 중고차에 지갑을 여는 걸까?
G80 (출처=제네시스)
“다들 후진하는데 혼자 풀악셀”... 제네시스의 기막힌 역주행찬바람 쌩쌩 부는 경기, 중고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5년 상반기 전체 중고차 거래량은 114만여 대로, 작년보다 5.4%나 쪼그라들었다. 국민차 현대, 기아마저 각각 5.6%, 4.3%씩 판매량이 줄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혼자 웃는 강자가 있었으니, 바로 제네시스다. 다른 브랜드가 뒷걸음질 칠 때, 제네시스는 무려 14.9%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홀로 질주했다.
제네시스 G80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제네시스)
그 중심에는 플래그십 세단 G80이 있다. G80(RG3 모델)은 상반기에만 1만 2,838대가 주인을 찾아, 전체 중고차 거래량 순위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이 순위는 ‘가성비의 상징’인 기아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 같은 경차들의 독무대였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세단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건,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아들은 뚜벅이, 아버지는 오너”... 엇갈린 세대의 자동차이런 기묘한 현상은 중고차를 사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20대와 30대의 중고차 구매는 각각 7.1%, 5.9% 급감했다. 치솟는 금리와 물가에 젊은 세대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차를 사도 유지비가 걱정, 여기에 공유 서비스까지 익숙해지니 “차라리 안 사고 만다”는 ‘탈것 포기’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제네시스 G80 측정면 (출처=제네시스)
반면, 이 시장을 든든하게 받치고 나선 것은 바로 ‘형님들’이었다. 60대와 70대의 중고차 구매는 오히려 각각 0.1%, 6.5%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 세대가 은퇴 후에도 제2의 인생을 즐기며, 더 편안하고 안전한 차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날의 드림카를 실현하려는 심리도 한몫했다.
“아예 아끼거나, 화끈하게 지르거나”... 중간이 사라진 시장결국 지금 중고차 시장은 ‘극한 절약’과 ‘통 큰 투자’ 두 갈래로 명확히 나뉘고 있다.
기아 더 뉴 모닝 측면 (출처=기아)
한쪽에서는 기아 모닝처럼 세금 혜택 많고 유지비 저렴한 경차들이 사회초년생이나 알뜰족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철저한 ‘실속’의 영역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제네시스 G80처럼 ‘하차감’ 확실하고 품격 있는 프리미엄 세단이 펄펄 날고 있다. 이 차를 사는 사람들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과 가치를 소비한다.
제네시스 G80 (출처=제네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중간한 가격대의 ‘중간급’ 모델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으로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어졌다. 불황이 사람들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신차 시장의 고급차 선호 현상이 중고차 시장으로 그대로 옮겨왔다”며 “특히 구매력 있는 5060세대가 편안함과 가치를 동시에 잡으려는 니즈가 제네시스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