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우디 사장 영입, 벤츠·아우디 팔던 딜러사 확보... 제네시스 긴장해야 할 이유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습이 시작됐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올 하반기 국내 시장 출사표를 던지고, 내년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국산차와 비슷한 크기에 더 긴 주행거리, 첨단 사양으로 무장한 만큼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한 국내 프리미엄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커 7X (출처=지커)
지커의 한국 상륙 작전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지난 2월 국내 법인 설립을 마쳤고, 이르면 올해 11월 공식 브랜드 출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단순한 ‘맛보기’ 진출이 아니라는 점은 조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수입차 업계의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했다는 점이다. 대표이사 자리에는 아우디코리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였던 임현기 전 사장을 앉혔다. 또한, 판매를 담당할 딜러사 4곳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통하며 잔뼈가 굵은 곳들로 꾸렸다. 시작부터 제대로 된 영업과 서비스망을 갖추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지커 7X 측후면 (출처=지커)
첫 주자는 ‘싼타페급 SUV’와 ‘날렵한 대형 왜건’가장 궁금한 출시 모델로는 중형 SUV ‘7X’와 대형 왜건 ‘001’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커 7X는 차체 길이가 4,787mm로 현대차 싼타페와 비슷한 덩치를 가졌다. 하지만 프레임 없는 문이나 손잡이가 차체 안으로 들어가는 오토 플러시 도어 등을 적용해 훨씬 세련되고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실내는 16인치 대형 화면과 나파 가죽 시트 등으로 고급감을 높였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15km를 달릴 수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싼타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국내 가격 책정에 관심이 쏠린다.
지커 7X 실내 (출처=지커)
지커 001은 길이 4,955mm의 날렵한 대형 왜건이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폴스타 4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이기도 하다. 왜건 특유의 역동적인 디자인에 15.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와 14.7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양을 담았다. 1회 충전 시 최대 620km(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행에도 부족함이 없다.

‘롤스로이스급 SUV’와 ‘알파드 대항마’도 대기 중지커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기 라인업 외에도 추가로 투입될 수 있는 ‘비밀병기’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커 9X 측면 (출처=지커)
최근 공개된 플래그십 SUV ‘9X’는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중국의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럭셔리 미니밴의 대명사인 토요타 알파드, 렉서스 LM과 직접 경쟁할 모델로 꼽히는 ‘009 그랜드 컬렉터 에디션’ 역시 막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이들의 국내 출시는 아직 미정이지만, 시장 반응에 따라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카드다.
지커 9X 측후면 (출처=지커)
중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이다. 지커를 필두로 BYD, 샤오미 등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줄지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를 넘어 ‘대륙의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공세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어떻게 넓어질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