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멈춰버린 2억의 가치... ‘명차’의 명성과 ‘무늬만 레몬법’ 사이의 아찔한 줄다리기
2억 원에 육박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신차가 출고된 지 단 5일 만에 도로 한복판에서 그대로 멈춰 서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차주는 즉각적인 차량 교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매사 측은 “일단 수리해서 타라”는 식의 입장을 보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벤츠 S500 결함 문제를 넘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내 ‘레몬법’의 실효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나흘 기다려 받은 최고급 세단, 4시간 만에 온 서비스
사건은 경기 화성시의 한 사거리에서 일어났다. 차주 A씨가 몰던 벤츠 S500 차량이 주행 중 아무런 예고 없이 시동이 꺼지며 횡단보도 위에 멈춰 선 것이다. 당황한 A씨는 즉시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에 긴급 출동을 요청했지만, 서비스 기사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 후 4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교환해주세요” vs “고쳐 타세요”... 엇갈린 동상이몽
차주의 분노는 당연했다. 그는 “2억 원짜리 차가 이렇게 멈춰 서는 것 자체가 중대한 결함”이라며 즉각적인 차량 교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판매사의 초기 반응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법적 절차를 거론하며 ‘수리 후 탑승’을 먼저 안내한 것이다.있으나 마나 한 ‘레몬법’, 소비자는 두 번 운다
현행 레몬법에 따르면, 차량 인도 후 1년 이내에 동일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일반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해 수리한 뒤에도 문제가 재발해야 교환·환불 요건이 충족된다.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는 경우도 해당된다.메르세데스-벤츠 측은 “레몬법 규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본사와 차량 교환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차량 결함을 넘어, 벤츠라는 이름이 가진 ‘신뢰’의 가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법의 울타리 뒤에 머무를 것인지, 이름값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시장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