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올드카가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회장님 차’의 귀환

기안84가 8년 지기 절친 이시언에게 건넨 특별한 자동차 선물이 시간을 넘어 다시금 화제다. 단돈 350만 원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 담긴 우정의 무게와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향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대체 어떤 차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을까?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찾아낸 ‘시간의 보물’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 9월, 기안84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한 편에서 비롯됐다. 평소 올드카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던 이시언을 위해 기안84가 통 큰 선물을 약속한 것. 두 사람은 ‘각 그랜저’나 ‘에쿠스’를 찾아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를 헤맸지만, 운명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2007년식 흰색 쌍용 체어맨. 15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보물’ 같은 매물이었다. 주행거리는 고작 7만 km. 연식을 생각하면 거의 운행하지 않은 수준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차 출고 후 단 한 명의 차주가 애지중지 관리해 온 ‘1인 신조’ 차량이라는 점이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차의 가격표에 찍힌 숫자, 350만 원. 기안84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시대를 풍미한 ‘회장님 차’, 단순한 중고차가 아니었다

이 차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상태 좋은 중고차여서가 아니다. ‘체어맨’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무게감 때문이다. 2007년식 체어맨은 쌍용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1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당시 국산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당시 신차 가격만 4천만 원에서 7천만 원에 육박했던 이 차는, 정숙성과 부드러운 회전 질감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직렬 6기통 엔진을 심장으로 삼았다. 여기에 고급 세단의 교과서와도 같은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5.1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차체로 도로 위를 점잖게 미끄러져 나갔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회장님 차’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가격 이상의 가치, 8년 우정을 싣고 달리다

기안84가 이처럼 의미 깊은 차를 선물한 이유는 더욱 감동적이다. 그는 “지난 8년간 시언이 형이 내 생일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챙겨줬다. 심지어 해외에 나갈 땐 엄마처럼 미역국까지 끓여줬다”며 항상 받기만 했던 미안함을 털어놨다. 언젠가 ‘큰 거 하나 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그의 진심이,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명차를 찾아 선물하는 최고의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기안84가 이시언에게 선물한 쌍용 체어맨 (출처=유튜브 ‘인생84’)
이제는 KG모빌리티라는 새 이름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비록 체어맨은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이름이 남긴 유산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최고의 국산 세단으로 기억되고 있다. 35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떼어내고, 8년이라는 깊은 우정의 증표를 달게 된 이 멋진 차가 앞으로 두 사람의 빛나는 이야기와 함께 오랫동안 도로 위를 달려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