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 보조금 적용 후 실구매가는 낮아졌지만 소비자 체감 온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 가격 인하가 국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전시되어있는 EV5 / 기아
요즘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 EV5를 둘러싼 평가는 복잡하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분명 낮아졌지만, “이 돈이면 테슬라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반응은 차갑다. 이는 단순히 가격표의 숫자가 아닌,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가격 기준선’의 문제다.
계산상으론 내렸지만 체감은 그대로
기아 EV5의 현재 가격 구조는 출시 초기보다 유연해졌다. 판매 가격 조정과 트림 다양화,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준중형 전기 SUV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금액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숫자상의 이점이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라는 감정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줄었지만, 심리적 가격 저항선은 요지부동이다. EV5는 싸졌음에도 불구하고 싸졌다는 인식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EV5 실내 / 기아
출시 전부터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
EV5가 유독 까다로운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출시 전부터 형성된 강력한 이미지가 있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공개된 가격 정보가 국내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 순간 EV5는 단순한 국산 전기차가 아닌, ‘원래 더 저렴해야 할 차’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이후 국내 시장 상황에 맞춰 어떤 가격 정책이 발표되어도, 소비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기준점을 가지고 차량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상품이 공개되기도 전에 평가가 끝나버린 셈이다.
수입 전기차가 바꿔버린 시장 판도
EV5 / 기아
설상가상으로 시장 분위기마저 EV5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기대 가격대 자체가 크게 하향 조정됐다.
이제 소비자들은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예산 내에서 모든 선택지를 비교한다. “이 돈이면...”이라는 비교 구문이 시장의 지배적인 언어가 된 것이다.
EV5는 이 구도 속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실구매가 기준으로는 경쟁력이 있지만, 이야기 구조에서는 항상 한발 늦는 반응을 얻는다. 다른 차는 ‘가격을 내렸다’고 인식되지만, EV5는 ‘조건을 맞췄다’고 해석되는 차이가 발생한다.
가격이 아닌 서사를 설득해야 할 때
현재 기아 EV5가 풀어야 할 숙제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아닐 수 있다. 가격을 조정하는 단계를 넘어, 가격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설득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복잡한 보조금 계산표를 꼼꼼히 따지기보다, 누가 먼저 시장의 기준을 제시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EV5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가격’과 ‘수입차 인하 가격’이라는 두 개의 높은 기준선 사이에 끼어버린 형국이다.
이것이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시장 반응이 차가운 근본적인 이유다. EV5는 ‘비싼 차’라는 평가를 넘어, ‘왜 이 가격인지 설명해야 하는 차’라는 위치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V5 실내 / 기아
EV5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