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질주에 익숙했던 전기차 시장에 우렁찬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현대 아이오닉 6 N이 출시 하루 만에 3천 대가 넘는 계약고를 올리며 공식 데뷔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650마력의 힘과 내연기관의 감성을 품은 이 고성능 세단은 특히 ‘운전의 재미’에 목말랐던 4050 남심을 정조준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정면 (출처=현대차)
숫자로 증명하는 압도적 성능
아이오닉 6 N은 숫자로 먼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듀얼 모터가 뿜어내는 합산 최고출력은 기본 609마력, ‘N 그린 부스트’ 모드에서는 650마력까지 치솟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3.2초. 이는 국산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으로, 웬만한 슈퍼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정면2 (출처=현대차)
84kWh의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공인 주행거리는 401km. 트랙 주행까지 고려한 N 배터리 온도 관리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꾸준한 성능을 보장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휠 및 브레이크 캘리퍼 (출처=현대차)
‘재미’라는 반칙, 테슬라와 다른 길을 가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무서움은 숫자를 넘어선 ‘감성’에 있다. 현대 N은 ‘전기차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쏟아부었다. 핵심은 가상 변속 시스템인 ‘N e-쉬프트’.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기어를 바꾸는 듯한 변속 충격과 감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6 N 라인 측정면 (출처=현대차)
여기에 슈퍼카 배기음을 연상시키는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가 더해지면 운전자는 더 이상 속도계만 쳐다보지 않는다. 귀와 몸으로 기어 단수를 느끼며 차와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경험, 이는 조용한 가속만을 내세우는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7,150만 원의 가치, 포르쉐 타이칸을 넘보다
아이오닉 6 N의 판매 가격은 7,99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전기차 보조금 50% 구간에 해당되어 서울시 기준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약 7,150만 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는 약 6,900만 원대의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와 직접 경쟁하는 가격대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실내 대형 스크린 (출처=현대차)
물론 제로백(0-100km/h) 3.1초, 주행거리 430km의 테슬라가 수치상으로는 소폭 앞선다. 하지만 아이오닉 6 N은 단순한 속도 경쟁을 거부하고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들고나왔다. 7천만 원대 가격으로 포르쉐 타이칸에서나 느낄 법한 감성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 N 측후면 (출처=현대차)
아이오닉 6 N의 등장은 고성능 전기차의 선택지가 ‘얼마나 빠른가’에서 ‘얼마나 즐거운가’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내연기관의 향수를 품은 이 영리한 괴물이 테슬라가 쌓아 올린 견고한 성에 얼마나 큰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시장의 모든 눈과 귀가 이 새로운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