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올해의 차’ 명성도 소용없었다…르노 세닉, 999대 한정 전략의 뼈아픈 실패
‘2024 유럽 올해의 차’ 수상, 국내 기자단의 ‘9월의 차’ 선정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르노 세닉 E-Tech. 올해 단 999대만 판매한다는 ‘한정판’ 마케팅까지 내세우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성적표는 처참하다. 출시 두 달간 판매량은 고작 88대.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 야심 찬 SUV는 어쩌다 ‘찻잔 속 태풍’으로 전락하고 만 것일까?999대의 자신감, 100대도 못 채운 현실
르노코리아가 지난 8월 21일 세닉을 출시하며 내건 ‘999대 한정 판매’ 전략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해 단기간에 완판을 이끌어내려는 야심 찬 승부수였다. 희소성을 무기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가장 큰 패인,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 ‘가격표’
세닉의 실패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단연 ‘가격’이다. 세닉의 시작 가격은 5,159만 원. 여기에 정부 보조금 443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해도 실구매가는 4천만 원 중반대에 형성된다. 물론 프랑스 현지보다 저렴하게 책정됐고, 유럽 감성의 디자인과 넓은 실내 공간 등 장점도 분명하다.애매한 위치, 통하지 않은 ‘유럽 감성’
세련된 디자인과 친환경 소재,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같은 독특한 사양은 분명 세닉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한국 전기차 시장은 ‘가성비’를 앞세운 대중적인 모델과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프리미엄’ 모델로 양분되어 있다. 세닉은 이 두 경계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고 말았다.화려한 수상 경력과 야심 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르노 세닉의 초반 실패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가격에 민감하고, 또 얼마나 냉정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