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대신 기본기, 패밀리카 시장 뒤흔든 ‘조용한 강자’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가 국산차 텃밭인 대한민국 SUV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화려한 공세 속에서도 실제 차주 545명이 매긴 평점 9.3점(네이버 마이카 21일 기준)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그 인기를 증명한다. 겉모습보다 ‘본질’을 택한 아빠들의 선택, 그 비결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기본기’ 3대장, 9.6점이 말해주는 것
RAV4의 진가는 숫자에 있다. 차주들은 ‘주행’, ‘연비’, ‘품질’이라는 자동차의 핵심 가치 세 가지 모두에 10점 만점에 9.6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줬다.이는 “차가 기본적으로 잘 달리고, 기름 덜 먹고, 고장이 안 난다”는,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토요타가 지켜냈다는 의미다. ‘가장 완벽한 육각형 SUV’라는 별명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터보’ 대신 ‘자연흡기’, 고집이 만든 주행 만족도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1.6리터 터보 엔진으로 효율을 잡을 때, RAV4는 뚝심 있게 2.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e-CVT(전자식 무단 변속기) 조합을 고수했다. 이 조합은 시스템 총출력 222마력의 넉넉한 힘을 뿜어낸다.특히 후륜을 전기모터로 돌리는 전자식 사륜구동(E-Four) 시스템은 험한 길은 물론, 일상적인 코너링에서도 차체를 꽉 잡아주며 ‘주행(9.6점)’의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연비(9.6점)’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리터당 14.1km의 공인 연비가 무색하게, 실제 오너들은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실연비 20km/L는 우습다”는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검증된 내구성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가격과 디자인은 ‘아쉽’, 그러나...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8.9점)’과 ‘디자인(9.1점)’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다. 4,4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는 분명 국산 경쟁 모델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화려한 국산차 실내외 디자인에 익숙한 눈에는 다소 심심하게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다소 구형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거주성(9.4점)’ 역시 스포티지(휠베이스 2,755mm)가 RAV4(2,690mm)보다 수치상 앞선다. 하지만 넉넉한 2열 레그룸과 트렁크 공간 덕분에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RAV4 하이브리드는 ‘가격’과 ‘화려함’이라는 카드를 버리고, ‘압도적인 주행감’, ‘신뢰의 연비’, ‘10년을 타도 끄떡없는 품질’이라는 3개의 ‘조커’를 손에 쥔 셈이다.
당장의 옵션보다 스트레스 없는 매일의 운전과 오랜 시간 함께할 ‘믿음직한 파트너’를 찾는 현명한 소비자들에게 RAV4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답 중 하나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