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원대 초대형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탈중국 나선 글로벌 완성차 업계, K-배터리 반격의 서막 열리나

LG에너지솔루션/사진=온라인커뮤니티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2조 6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K-배터리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격변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벤츠와 네 번째 동행 굳건해진 파트너십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이번 계약 사실을 공식화했다.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부터 7년간 벤츠가 유럽과 미국 시장에 선보일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는 최근 2년 사이 벤츠와 맺은 네 번째 대규모 계약으로, 양사 간의 협력 관계가 단순한 공급사를 넘어 핵심 파트너 수준으로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 벤츠 디 올 뉴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번 계약은 특히 벤츠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까지 공급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벤츠의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에 주로 탑재되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이제 대중적인 모델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LFP 배터리로 중국과 정면승부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중저가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며,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의 보급형 라인업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것은, 가격과 기술력을 모두 앞세워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과거 벤츠에 고성능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이제는 LFP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엔솔 46시리즈/사진=온라인커뮤니티


탈중국 가속화 속 K배터리 반격 신호탄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탈중국’ 기조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7.6%로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LFP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로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가 보급형 모델에까지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기술력과 신뢰성을 모두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벤츠/사진=온라인커뮤니티


벤츠 회장 방한 한 달 만에 속전속결



이번 계약은 지난 11월 13일, 벤츠의 수장인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당시 칼레니우스 회장은 “LG와 벤츠는 혁신, 품질,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언급하며 양사 간의 굳건한 협력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그의 방한이 이번 2조 원대 ‘잭팟’ 계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왼)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CEO, (가운데) 올라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CEO, (오) 조주완 LG전자 대표 / 사진=LG전자 제공


벤츠본사/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