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1위 지킨 일본의 충격적인 몰락, 예상보다 빨랐던 ‘지각변동’
가격 경쟁력 앞세운 BYD,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질서 재편의 신호탄

씨라이언 7 / BYD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20년간 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켜온 자동차 강국 일본이 중국에 왕좌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닌,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 세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약 2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요 완성차 업체의 실적과 S&P 글로벌 모빌리티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중국은 이미 올해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선 바 있으며, 이제는 판매 대수에서도 정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한때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세계 판매량은 약 25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충격적인 역전이다.

씰 / BYD


20년 아성 무너진 일본 예상보다 빨랐던 역전



일본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018년만 해도 연간 3000만 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자랑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2022년 중국과 일본의 판매량 격차는 약 800만 대에 달했으나, 불과 1~2년 만에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전동화 전환 속도의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의 성공에 안주한 일본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섭게 치고 나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이 예고된 일이었지만, 그 속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토 3 / BYD


모든 것을 바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중국 자동차 급성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육성하며 수많은 제조사를 탄생시켰다. 이는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저가 전기차가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의 약 23%는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의 모델이 차지할 정도다. 이러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은 내수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기술력보다는 가격 접근성을 앞세운 전략이 전 세계 대중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하며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RAV4 / 토요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국 자동차



내수 시장의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BYD(비야디)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들은 과거 일본차의 텃밭이었던 동남아시아(아세안) 시장에서 올해 약 50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4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때 일본차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태국에서는 올해 그 수치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유럽과 중남미 시장에서도 중국차의 공세는 매섭다. 유럽 판매량은 약 230만 대로 7% 증가하고, 중남미 시장에서는 33%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의 세계 1위 등극은 각국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규제 장벽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이번 순위 변동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질서 재편의 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점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