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22조 총수가 외제차 대신 국산 중고차를 고집하는 까닭... 단순한 ‘애국 마케팅’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차의 초기 결함 리스크 피하고, 전국 인프라 활용 극대화... 보안과 효율 모두 잡은 ‘신의 한 수’

G90 / 제네시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타는 차는 늘 세간의 화제다. 재산 22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택한 차량은 의외로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90 등 국산차, 심지어는 중고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는다. 이는 단순히 검소함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나 미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차량 선택에는 보안, 효율,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아우르는 치밀한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최고의 보안은 평범함 속에 있다

글로벌 총수에게 고급 수입차는 등장 자체만으로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차량 모델만으로 이동 동선과 시간대가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보안상의 허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많은 유명 인사의 보안 사고는 이처럼 사소한 노출에서 비롯된다.

삼성전자 사옥 / 삼성전자


반면, 이재용 회장이 선택한 팰리세이드나 G90은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종이다. 수많은 차량 속에 섞여 특별히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 이는 자신을 숨기려는 의도라기보다, 평범함 속에 녹아들어 존재감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보안 전략에 가깝다. 튀지 않음으로써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멀어지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계산된 선택인 셈이다.

멈추지 않는 시스템 국산차의 진짜 가치

국산차의 진정한 강점은 화려한 옵션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전국 단위의 촘촘한 인프라에 있다. 전국 어디서든 즉각적인 정비가 가능하고, 부품 수급이 원활하며,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대체 차량을 구하기 쉽다. 고가의 수입차처럼 부품 하나를 기다리느라 며칠씩 발이 묶일 염려가 없다.

구형 팰리세이드 실내 / 현대자동차


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는 총수에게 시간은 곧 비용이며, 예측 불가능한 공백은 치명적이다. 이재용 회장이 국산차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 판단이 깊게 깔려 있다. 차량을 개인의 취향이 아닌, 중단 없이 운영되어야 할 시스템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화려함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적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검증된 안정성 신차보다 중고차

이 회장이 신차가 아닌 일정 기간 운행된 중고차를 이용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신차는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초기 결함이나 소프트웨어 오류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반면, 연식이 좀 지난 중고차는 시장에서 이미 문제점이 한 차례 걸러진, 검증된 안정성을 자랑한다.

G90 실내 / 제네시스


이는 무리한 승부수보다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을 반복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 그에게 자동차는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는 관리 도구다. 이처럼 그의 차량 선택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최고 경영자로서의 고독한 고민과 단단한 리더십이 응축되어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