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역대 최고 점유율에도 수익성 악화... 25% 고관세 부담에 ‘휘청’
올해 관세 15%로 인하, 연간 4조원 절감 효과... 하이브리드 앞세워 토요타와 정면승부

토요타 프리우스 / 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이 사상 처음으로 합산 매출 3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역대급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매출 300조 시대 열었지만 수익성은 빨간불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 증가한 30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8% 감소한 21조 5000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한 셈이다.

기아 쏘렌토 / 사진=Kia


업계 전문가들은 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미국의 높은 관세를 지목한다.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부 차종에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실적 버팀목 된 하이브리드 전기차 부진 만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외형 성장을 이끈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8%나 증가한 33만 1023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아는 쏘렌토 등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조 원(107조 원)을 돌파했으며, 현대차 역시 175조 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고부가가치 모델의 판매 비중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한 점도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관세 인하로 숨통 연간 4조원 절감 효과



올해부터는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 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그룹이 연간 4조 40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 관세 부담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현지 생산 확대와 관세 인하라는 ‘쌍끌이 호재’가 맞물리면서 올해는 외형 성장을 넘어 수익성 회복까지 이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토요타와 정면 대결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한층 강화해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선다. 기아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며,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 공급을 늘려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토요타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관세 부담 완화, 현지 생산 확대,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라는 삼박자를 갖춘 현대차·기아가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