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유럽연합(EU) 시장 점유율 7.7% 달성하며 비유럽계 1위 등극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현지 생산 확대로 정면 돌파 나선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전통의 강호 일본 토요타가 한국의 현대차그룹에 왕좌를 내줬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와 SUV 라인업의 성공, 그리고 다가오는 전기차 규제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현대차그룹이 꺼내든 카드는 무엇일까. 이번 성과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침내 넘어선 거함 토요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유럽연합(EU) 시장에서 총 80만 8,35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7.7%를 기록했다. 이는 79만 8,819대를 판매한 토요타그룹을 약 1만 대 차이로 따돌린 수치다.
폭스바겐그룹(28.6%), 스텔란티스(15.9%), 르노그룹(11.8%) 등 유럽 현지 브랜드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비유럽계 브랜드 중 1위에 올랐다는 점은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 품질과 신뢰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해 온 토요타를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로 평가된다.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 전략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상품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럽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SUV 라인업의 경쟁력이 주효했다. 투싼, 스포티지 등 주력 모델들이 꾸준한 인기를 끌며 판매량을 견인했다.여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장에서 연비와 친환경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큰 호응을 얻었고,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토요타의 영역을 상당 부분 잠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장벽 EU의 전기차 규제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역내 생산 및 부품 조달 비율 70% 이상’이라는 강력한 보호무역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이 기준이 현실화되면,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전기차 모델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유럽을 핵심 전기차 시장으로 삼고 공략을 강화하던 현대차그룹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현지 생산 확대로 정면 돌파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라는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현대차는 튀르키예 공장에 약 2억 5,000만 유로를 투자, 올해 말부터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설비는 물론 고전압 배터리 통합 시스템까지 구축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소형 전기차 ‘EV2’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달 스탠다드 모델을 시작으로 6월에는 롱레인지와 GT 라인까지 투입하며 라인업을 다각화한다. 유럽 내 생산 기반을 빠르게 늘려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어렵게 차지한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