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넘어서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BYD가 자국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다.

살벌한 ‘치킨 게임’의 후폭풍과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돌파구는 무엇일까.

씨라이언 6 - 출처 : BYD


한때 테슬라를 꺾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며 파죽지세의 성장을 보여주던 중국의 BYD가 심상치 않다. 올봄, 자국 시장에서 굳건할 것 같던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BYD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과열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네이쥐안(内卷)’이라 불리는 소모적인 내부 경쟁은 끝없는 가격 인하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선두 주자 BYD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었다. 과연 BYD는 어떤 이유로 흔들리게 되었으며, 이 위기를 타개할 비책은 무엇일까.

끝없는 가격 인하, 제 살 깎아먹는 경쟁



덴자 Z9 GT - 출처 : BYD


올해 1~2월, BYD는 중국 시장에서 19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28만 대를 판매한 지리자동차에 크게 뒤지는 수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순위 변동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극단적인 ‘가격 전쟁’을 꼽는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기름을 부었다.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고 성능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가 소형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던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BYD 역시 대중적인 모델 라인업 비중이 높아 정책 변화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답은 바다 건너에, 수출로 활로 모색



수출선적부두 - 출처 : BYD


내수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BYD는 재빨리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미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 해외 판매 목표를 100만 대 수준으로 잡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저가 모델만 수출하는 것도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를 전면에 내세우고,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를 홍보 모델로 기용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도 사활을 걸었다. 이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가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한국 시장 위협



시걸 EV - 출처 : BYD


BYD의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는 소형 전기차 ‘돌핀’을 시작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올해는 중형 세단 ‘씰’과 SUV ‘씨라이언 6’ 등 주력 모델의 국내 출시도 예고되어 있어 국산차 브랜드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완성도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 위협의 강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보다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