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운전자 2,000명 대상 연구 결과,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운전 매너가 나빠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단순한 운전 습관을 넘어 탄소 배출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차부심’의 심리학을 파헤쳐 본다.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주말, 나들이 차량으로 도로가 붐빈다. 이때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들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는 등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하는 이들이다. 특히 고가의 수입차나 대형 세단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많다.
단순한 기분 탓일까. 최근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 즉 ‘차부심’이 실제 운전 습관과 사회적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운전자의 심리가 도로 위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3가지 핵심 키워드, ‘차량 가격’, ‘문제적 운전 행태’, ‘탄소 배출’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비싼 차일수록 강해지는 차부심
서울연구원이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에 부여하는 상징성과 애착의 정도는 차량 가격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차량 가격을 현재가치 기준으로 3,945만 원 초과(상위), 2,194만 원 이하(하위) 등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내 차가 나를 표현한다’,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정도, 즉 ‘차부심’은 상위 그룹(3.42점)이 하위 그룹(2.97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비싼 차를 탈수록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차부심, 도로 위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가 운전 태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끼어들기, 빌런 주차, 과속, 꼬리물기, 방향지시등 없는 차선 변경 등 10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 행태를 제3자 입장에서 평가하도록 했다. 남의 잘못된 행동을 쉽게 용납할수록, 본인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를 활용한 것이다.
결과는 명확했다. 차부심이 강할수록 10가지 항목 모두에서 문제 행동을 용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빌런 주차, 깜빡이 없는 차선 변경, 우회전 시 횡단보도 무정차 통과, 과속운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이는 차에 대한 강한 애착이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운전 매너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차부심의 영향은 도로 위 매너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차에 대한 상징성과 애착이 강할수록 실제 차량 이용량도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소득, 연령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차부심은 출퇴근, 여가 활동 등 거의 모든 이동 상황에서 자동차 사용 확률을 높였다.
이는 불필요한 운행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직결된다. 연구진은 서울시 자동차 1대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96톤 중,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차로 이동해 발생하는 양이 약 210kg, 특별한 목적 없는 드라이브로 나오는 배출량이 약 90kg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운전자의 심리를 봐야 할 때
이번 연구는 교통정책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혼잡통행료나 유류세 인상 같은 경제적 수단만으로는 자동차에 강한 심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운전자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행위가 합리적 선택의 결과물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운전자의 정체성 표현 욕구와 같은 심리적 요소를 이해하고 접근할 때, 비로소 도로 안전, 교통 혼잡,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한 태도가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