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대중화와 함께 나타난 소비 방식의 변화, 더 이상 엠블럼만 보지 않는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대형 SUV 강세 속 운전자들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자동차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과거 자동차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어떤 브랜드의 어떤 차를 타느냐가 그 사람을 설명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6년 6월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수입차 대중화, 소비 방식의 다양화, 그리고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기존의 ‘계급도’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운전자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차를 선택하고 있을까.

수입차가 흔해지자 국산차 위상이 흔들렸을까



단순히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 전체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1995년 6,921대에 불과했던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2024년 26만 대를 훌쩍 넘겼고, 시장 점유율도 18%를 넘어섰다.

이제 수입차는 소수만의 과시용이 아닌, 누구나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2003년 16개에 불과했던 수입차 브랜드는 26개로 늘었고, 모델 수도 520여 종 이상으로 확대됐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획일화된 서열이 아닌, 각자의 취향과 용도에 맞춰 차를 꼼꼼히 비교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G80 실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자동차 소비의 또 다른 축은 ‘소유’라는 개념의 변화다. 반드시 내 명의로 차를 가져야 한다는 공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실제로 운용리스 개인 고객 비중은 2023년 44%까지 오르며 4년 사이 18%p나 증가했다. 장기렌터카 시장 역시 꾸준한 성장세다.

이는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월 이용료를 내며 차량을 이용하려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쏘카와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필요할 때만 차를 이용하는 ‘구독’의 개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큰 차는 여전히 인기, 실용적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E클래스 / 벤츠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작은 차나 저렴한 차만 찾는 것은 아니다. 2025년 2분기 신차 견적 데이터를 보면 쏘렌토, 스포티지, 카니발 등 SUV와 RV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카니발은 전체 견적 중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51.8%에 달했다.

이는 넓은 공간과 가족 편의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연비 부담을 줄이려는 실용적 선택이 결합된 결과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처럼, 화려한 외관보다 실제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 역시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지금의 자동차 시장은 신분의 상징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기준이 훨씬 세분화되고 복잡해졌다고 볼 수 있다. 수입차는 선택의 문제가 됐고, 소유는 필수가 아니게 됐다. 소비자들은 가격과 유지비, 공간 활용성, 연비, 최신 기술까지 다각도로 저울질한다.

만약 지금 자동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차가 더 높아 보이는지보다 ‘내 생활과 예산에 가장 적합한 차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할 때다.

카니발 렌터카


팰리세이드 / 현대자동차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