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만에 1년 치 훈련…AI 강화학습으로 구현한 고난도 축구 기술, 그 목적은 따로 있었다

사람의 움직임을 아틀라스의 신체 구조에 맞게 변환하는 리타게팅 과정. 현대자동차 제공
축구선수 손흥민마저 놀라게 한 로봇의 축구 실력이 화제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단순한 패스와 슈팅을 넘어, 수비수를 속이는 동작까지 더한 고난도 기술 ‘고스트 라보나킥’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단순한 기술 과시로 보기에는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정교하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왜 로봇에게 축구를 가르친 것일까. 여기에는 AI 강화학습, 정교한 전신 제어, 그리고 로보틱스 기술 고도화라는 더 큰 그림이 숨어있다. 대체 이 로봇의 훈련 과정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가.

사람의 1년치 훈련, 단 24시간 만에 끝낸 비결



아틀라스의 놀라운 능력 뒤에는 인간의 학습 방식을 뛰어넘는 훈련법이 있었다. 연구진은 먼저 실제 축구선수의 움직임을 모션캡처 시스템으로 수집했다. 이후 사람과 다른 로봇의 관절 구조와 운동 범위에 맞춰 데이터를 변환하는 ‘리타게팅’ 작업을 거쳤다. 사람의 움직임을 로봇이 소화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진짜 핵심은 그 다음이다. 아틀라스는 AI 강화학습을 통해 해당 동작을 무한 반복하며 스스로 최적의 자세를 찾아낸다. 클라우드 GPU 환경에서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실행, 단 24시간 만에 사람이 약 1년간 겪을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기술을 습득한다. 이는 단순히 인간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신체에 맞는 균형과 힘 전달 방식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현대자동차 제공

단순한 공놀이가 아닌 전신 제어 능력의 시험대



축구는 왜 로봇에게 어려운 과제일까. 공을 차는 순간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맞춰 전신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봇의 종합적인 제어 능력을 평가하는 최적의 시험대인 셈이다.

아틀라스는 모든 관절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통합 제어하는 ‘전신 제어’ 기술을 갖췄다. 고스트 라보나킥처럼 페인트 동작을 위한 빠른 방향 전환, 도약과 착지, 그리고 강력한 킥을 위한 힘 전달이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적인 동작을 수행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만약 당신이 산업 현장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는 로봇을 본다면, 그 시작은 축구공을 차던 아틀라스일지도 모른다.

축구장에서 산업 현장으로, 로보틱스 기술의 미래

결국 아틀라스의 축구는 더 큰 목표를 위한 훈련이었다. 연구진은 아틀라스가 축구를 통해 학습한 타이밍, 힘 조절, 협응 능력이 미래 산업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동과 조작이 동시에 필요한 물류 현장이나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아틀라스는 과거 약 23㎏에 달하는 냉장고를 들어 올려 정확히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뛰어난 전신 제어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축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경험은 로봇이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기술로 발전할 것이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통해 로봇 기술의 한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