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 멈춘 중국 전기차 시장, 생존 공식 갈렸다
신생 업체는 ‘몸집 불리기’ 올인, 전통 강자는 ‘수익성’ 방어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42%에 달했던 판매 증가율이 올해는 15.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양적 팽창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의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일부는 공격적인 확장을, 다른 일부는 신중한 수익성 관리를 택했다.
이러한 극명한 노선 차이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됐다.
성장 둔화에도 신생 업체는 몸집 키운다
시장 전체의 둔화 분위기와는 달리, 신생 업체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립모터는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60% 이상 늘려 잡았고, 스마트폰으로 익숙한 샤오미는 작년 판매량의 4배에 달하는 55만 대 판매를 공언했다.
이는 후발주자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샤오펑과 니오 같은 다른 신생 브랜드 역시 수십만 대의 판매 목표를 제시하며 확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될수록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살아남으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통 강자 BYD는 왜 속도 조절에 나섰나
반면 BYD, 장성차 등 전통적인 강자들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무리한 판매량 확대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장성차는 판매 목표를 180만 대로 낮추는 대신 순이익 목표를 100억 위안 이상으로 설정했다.
세계 1위 BYD 역시 내수 시장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내수 소비 감소에 맞춰 목표를 하향 조정했던 BYD는 올해 해외 판매 목표를 150만 대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며 내수 시장의 과열 경쟁에서 한발 비켜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을 피하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정부 지원 축소가 시장 양극화 불렀다
이러한 전략적 차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가 전기차를 5개년 개발 계획의 ‘전략 산업’에서 제외하면서 구매세 면제 같은 지원책 축소가 예상된다.
정책적 뒷받침이 줄어들자 시장은 자생력을 갖춘 소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결국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신생 업체의 증산 경쟁과 기존 강자의 수익성 방어가 공존하는 양극화 국면으로 본격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반가울 수 있지만, 어떤 브랜드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신중히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