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산업 보호보다 시장 활성화 우선…BYD 등 중국 업체에겐 ‘기회’

판매량 급감에 꺼내든 파격 카드, 유럽 내에서도 엇갈리는 평가

폭스바겐ID.4 / 사진=폭스바겐


독일이 약 2년 만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23년 말 예산 부족으로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후 시장 침체가 뚜렷해지자 내린 결정이다. 총 30억 유로(약 5조 1천억 원) 규모의 이번 정책은 2029년까지 이어진다.

핵심은 ‘원산지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국 브랜드를 보호하는 대신 시장 전체 활성화에 무게를 뒀다. 이 결정 하나로 독일 자동차 업계는 물론,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중국 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최대 1천만 원, 소득 낮을수록 유리해졌다



포르쉐 타이칸 / 사진=포르쉐 코리아


새로운 보조금 계획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가구를 정조준한다. 연간 과세 소득 8만 유로(약 1억 3천800만 원) 이하 가구라면 신청 자격이 생긴다. 소득과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차등 지급 방식이다.

순수 전기차(BEV)는 기본 3천 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1천500 유로가 지급된다. 여기에 자녀가 있는 가구나 저소득층을 위한 추가 보조금이 더해지면 최대 지원액은 한화로 1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보호장벽 허물자 중국이 웃는다



독일의 결정은 이웃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프랑스는 자국산 부품 비율을 따져 사실상 중국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고, 영국 역시 엄격한 환경 규제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모든 브랜드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BYD와 같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BYD는 2022년 독일에서 약 2만 3천 대를 팔아 전년 대비 8배 성장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그쳤다. 이번 보조금 재개가 판매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매량 급감 막기 위한 고육지책, 비판도 거세다



독일 정부가 이런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급격한 시장 위축이 있다. 지난해 12월 보조금이 중단되자, 올해 독일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7%나 급감했다. 정책 변화의 충격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독일 정부는 이번 보조금으로 2029년까지 약 80만 대의 신차 구매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카르스텐 슈나이더 환경부 장관은 “중국차가 독일 시장을 잠식한다는 주장은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원산지 제한 부재를 옹호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내연기관 주행 비중이 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은 기후적 이점이 제한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