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 아닌 ‘수소 연소 엔진’ 탑재…기존 기록 2배 넘어

20년간 묻어둔 디젤 신기록, 이번엔 수소로 갈아치웠다



영국의 한 건설장비 업체가 만든 수소차가 시속 654km라는 놀라운 속도 기록을 세웠다. 흔히 아는 수소차의 상식을 뒤엎는 이 기록의 핵심에는 ‘수소 연소 엔진’이라는 생소한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현대차 넥쏘 등이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이 회사는 이미 20년 전에도 디젤 엔진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전력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운전자가 이번엔 수소 엔진으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 상황이다.

건설회사가 속도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





이번 기록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영국 건설장비 기업 JCB는 20년 전인 2004년, 디젤 엔진을 탑재한 ‘디젤맥스’로 시속 566km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전직 전투기 조종사 앤디 그린이 이번 ‘하이드로맥스’의 운전자다. 그는 1997년 제트엔진 차량으로 시속 1228km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JCB는 지난 5년간 수소 연소 엔진 개발에만 약 1억 파운드, 한화로 2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단순한 기록 도전을 넘어, 미래 동력원에 대한 기술력을 입증하려는 의도다. 앤디 그린은 “디젤맥스 이후 20년 만에 수소를 이용해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차량의 안정성과 강력한 성능을 높이 평가했다.

넥쏘와 근본부터 다른 수소 엔진의 정체



하이드로맥스의 심장은 현대차 넥쏘와 다르다. 넥쏘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돌리는 ‘연료전지’ 방식이라면, 하이드로맥스는 수소를 가솔린처럼 엔진 실린더 안에서 직접 폭발시켜 힘을 얻는 ‘수소 연소 엔진’을 쓴다.

기존 내연기관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당신이 수소차는 조용하고 친환경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다면, 이 차는 그 편견을 완전히 깨뜨린다. 이번 기록은 기존 수소 내연기관 최고 속도였던 BMW H2R의 시속 298km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기술이 단순히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JCB는 이미 자사의 상용 굴착기 일부에 이 수소 연소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신기록은 수소 연소 기술의 극한 성능을 증명함과 동시에, 상용화 가능성까지 내비친 셈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