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티뷰론부터 2001년 투스카니까지, 실용성보다 ‘멋’이 중요했던 시절의 자동차 이야기.
뒷좌석은 불편해도 괜찮았다. 대형 스포일러와 배기음 튜닝으로 개성을 표현하던 2000년대 초반 자동차 문화.
지금은 카니발 같은 패밀리카 운전대를 잡는 4050 세대에게도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1996년 등장한 티뷰론과 2001년 뒤를 이은 투스카니다.
낮은 차체와 문 두 개짜리 쿠페 디자인, 클러치를 직접 밟아야 하는 수동변속기는 당시 젊은 운전자들의 로망 그 자체였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이 차들이 단지 오래된 국산 스포츠카라는 이유만으로 회자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와 청춘의 기억이 함께 담겨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이 오히려 개성이 되던 시절
요즘 도로가 SUV와 미니밴으로 가득하지만, 1990년대 말 풍경은 사뭇 달랐다. 각진 세단이 주류를 이루던 때, 티뷰론의 유선형 디자인은 등장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뒷좌석에 누군가를 태우려면 앞좌석을 접어야 하는 불편함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기꺼이 그 불편함을 감수했다. 차 한 대에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담을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순정보다 빛났던 나만의 튜닝 문화
2001년 등장한 투스카니는 날렵한 인상을 더하며 국산 쿠페의 계보를 이었다. 특히 당시 국산차에선 드물었던 6단 수동변속기는 운전의 ‘손맛’을 중시하던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티뷰론과 투스카니를 이야기할 때 튜닝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스포일러를 달고 차체 아래에는 네온사인을 까는 것이 흔한 개성 표현 방식이었다.
배기음을 키우는 튜닝은 주변에 소음 피해를 주기도 했지만, 당시엔 내 차를 남들과 다르게 꾸미는 것 자체가 중요한 자동차 생활의 일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자연스레 바뀐다. 2도어 쿠페의 멋을 즐기던 청년이 이제는 아이가 편하게 탈 수 있는 넓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먼저 살핀다.
현재의 차가 가족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당시의 스포츠 쿠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발현이었다. 이 간극 때문에 지금 카니발을 모는 아빠들이 티뷰론을 보며 더 강한 향수를 느끼는 것일 수 있다.
티뷰론과 투스카니가 도로에서 자취를 감췄어도, 이름만 들어도 그 시절의 공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때로는 최신 자동차보다 빛바랜 사진 속 오래된 차 한 대가 한 시절을 더 선명하게 증명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