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성공한 아빠들의 상징이던 7인승 대형 SUV
신차 가격의 10%도 안 되는 가격표 뒤에 숨겨진 진실
큰 차가 필요한데 예산은 빠듯할 때, 자연스레 연식 오래된 중고차로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 V6 3.0 디젤 엔진과 7인승 구성을 갖춘 현대 베라크루즈는 일부 매물이 300만원대에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출시 당시 최고 4300만원을 호가하던 대형 SUV가 이제는 경차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낮은 가격만 보고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지출을 마주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표 뒤에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신차 가격 4천만원, 지금은 300만원대
2006년 10월 처음 등장한 베라크루즈의 출시 가격은 3180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사양은 4314만원에 달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중고차 시장에서는 최저 270만원부터 1490만원 사이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2007년식의 경우 평균 호가는 약 369만원 수준이다.
단순히 신차 최고가와 중고 최저가를 비교하면 4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지만, 이는 연식과 트림이 다른 차량을 비교한 수치다. 중요한 것은 한때 국산 프리미엄 SUV 시장을 이끌던 모델을 이제는 사회초년생도 넘볼 수 있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V6 엔진이지만 성능은 달랐다
베라크루즈의 심장은 S계열 V6 3.0 디젤 엔진이다. 하지만 모든 베라크루즈가 같은 힘을 내는 것은 아니다. 초기형 모델에 탑재된 D6EA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46.0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이후 2012년형부터 적용된 D6EB 엔진은 최고출력이 255마력, 최대토크는 48.0kg·m로 개선됐다. 따라서 300만원대 평균 호가를 형성한 2007년식 차량과 후기형 모델의 성능을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구매하려는 차량의 연식을 통해 어떤 엔진이 탑재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렴한 가격에 가려진 20년의 세월
중고 가격이 3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해서 차량의 크기나 공간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전장 4840mm, 축거 2805mm의 넉넉한 차체와 7인승 구조는 그대로다. 당시로서는 뛰어난 승차감도 장점이었다.
문제는 세월이다. 2015년 단종됐고, 초기 모델은 출시된 지 약 20년이 흘렀다. 차값이 싸졌다고 해서 대형 SUV의 유지비까지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덜컥 최저가 매물을 계약했다가는 수리비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V6 디젤 엔진을 얹은 7인승 대형 SUV를 300만원대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오래 탈 차를 찾는다면, 최저가 매물보다는 주행거리와 정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 차량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