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탈 때마다 헷갈렸던 주유구 방향, 단순한 디자인 차원을 넘어선다.
갓길 비상 주유 상황까지 고려한 설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렌터카나 가족 차를 몰고 주유소에 들어설 때면 멈칫하게 된다. 주유구가 어느 쪽에 있었는지 순간 헷갈리기 때문이다. 국산차는 왼쪽, 수입차는 오른쪽이라는 속설도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다.
차량마다 주유구 방향이 제각각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있다. 단순히 디자인 차원을 넘어 운전석 위치, 머플러 같은 부품 배치, 심지어는 제조사의 개발 역사까지 얽힌 결과물이다.
이 작은 덮개 하나의 위치를 두고 제조사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배경이 드러난다.
도로 통행 방향이 주유구 위치를 결정했다
우측통행 국가에서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고, 좌측통행 국가는 그 반대다. 주유구 방향은 이런 기본적인 도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우측통행 환경에서는 주유구를 오른쪽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비상 주유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작업자가 주행하는 차들을 등지지 않고, 도로 가장자리 쪽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연료를 보충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반대로 좌측통행 국가에서는 주유구가 왼쪽에 있는 것이 같은 맥락에서 더 안전한 구조다.
뜨거운 머플러와 연료관은 멀리 떨어져야 했다
내연기관차의 뜨거운 배기계와 가연성 물질인 연료는 가까이 둘 수 없다. 이 때문에 연료 주입관과 머플러를 최대한 떨어뜨려 배치하려는 설계 원칙이 주유구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
연료탱크로 이어지는 주입관은 차체 하부의 복잡한 부품 사이를 지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배기 파이프와의 거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주유구 위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머플러가 오른쪽이면 주유구는 왼쪽’처럼 단순한 공식은 아니다. 통행 방식과 열원 배치, 하부 공간 설계가 종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봐야 정확하다.
과거 기술 제휴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제조사별로 주유구 방향이 다른 데에는 과거 플랫폼 개발 이력과 기술 제휴의 영향도 존재한다. 초기 차량 개발 단계에서 일본계 기술을 도입했던 제조사의 경우, 당시 설계가 현재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현대차와 기아 일부 차량이 주유구를 왼쪽에 배치하는 경향 역시 이런 역사와 연결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계 설계를 기반으로 한 한국지엠 차량에서는 다른 방향성이 나타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다. 플랫폼이 진화하고 배기계와 연료탱크 구조가 바뀌면서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주유구 방향이 달라지는 차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내릴 필요 없이 1초 만에 확인하는 방법
처음 타는 차의 주유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차에서 내릴 필요는 없다. 계기판을 보는 단 1초면 충분하다.
운전석 계기판의 주유기 아이콘 옆에는 작은 삼각형 화살표(◀ 또는 ▶)가 있다. 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바로 주유구가 있는 쪽이다.
이 간단한 표시 하나면 익숙하지 않은 차를 몰 때 주유기 반대편에 차를 대는 실수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한편, 전기차는 이런 제약에서 훨씬 자유롭다. 배기라인과 연료탱크가 없어 충전구 위치 선정의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전면, 후면 등 다양한 위치에 충전구를 배치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