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나온 신형 넥쏘, 출시 넉 달 만에 4천 대 넘게 팔리며 인기 증명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소차 보조금 20% 삭감... ‘정책 역주행’ 비판 고조
현대자동차가 7년 만에 선보인 수소전기차 ‘신형 넥쏘’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완전 변경 모델 출시 이후 넉 달간 4천 대 이상 판매되며,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월평균 1천 대 이상 출고되는 기염을 토했다.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761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반등이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 변경을 넘어 주행 성능과 상품성 전반을 개선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의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 또한 판매량 급증에 힘을 보탰다.
인기 절정에 찬물 끼얹는 정부 정책
하지만 넥쏘의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도 수소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수소차 구매 보조금은 총 5630억 원으로 책정돼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특히 승용 수소차 보조금 예산이 1350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차량 가격 자체가 높은 수소차의 특성상 보조금 축소는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와 실제 예산 집행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만 대 시대 열었지만 충전은 여전히 전쟁
국내 수소차 등록 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 대를 돌파하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는 수소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232곳에 불과하다. 이는 9만 개를 훌쩍 넘는 전기차 충전소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수소차 운전자들이 ‘충전 대란’을 겪으며 충전소 접근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다.
이러한 충전 인프라 부족은 단기적인 불편을 넘어 수소차 보급 확대에 구조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엇박자 속 현대차의 125조 통 큰 투자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는 수소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을 수소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서남권에 1GW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한 충전·저장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수소 기술을 결합한 ‘수소 AI 신도시’ 조성까지 검토하는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무공해차 확대를 국가적인 전략으로 내세웠다면, 그에 걸맞은 재정적 뒷받침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수소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충전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차 시장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